우리 모두는 1등이 아닌 '2등' 정자였다.
"1 : 1억의 경쟁률을 뚫은, 1억개의 정자 중 가장 뛰어난 존재"라는 말이 있다. 흔히 자존감을 높이거나 자신감을 부여하기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틀린 말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는 '2등' 정자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아 수정의 과정을 "수 억마리의 정자 중 1등으로 도착한 정자가 난자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사정시 정자는 보통 1~2억개 정도가 방출되고 자궁에 들어간 정자들은 나팔관까지 15~20cm가량 되는 길을 지나치게 된다. 정자들이 난자까지 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지만, 정자들은 질 내에서 분비되는 산성 물질에 죽기도하고, 자궁경부에 사는 대식세포에 잡아먹히기도 하는 등 힘겨운 여행을 하게 된다. 이러한 힘겨운 과정을 뚫고 나서야 정자들은 난자를 대면하게 된다.
난자를 대면한 후에도 정자들의 '고난'은 이어진다. 정자와 난자가 접촉하려면 정자는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난구세포'를 없애야 한다. 1등으로 나팔관에 지나친 정자들은 '난구세포'와 접촉하면서 난구세포를 없애지만 그 과정에서 1등 정자들은 힘을 다 소진해버리고 만다.
난구세포가 사라지고 나면 '2등'그룹의 정자들이 도착하게되고 2등 그룹 중 가장 운동성이 뛰어난 정자가 난구 안쪽의 투명대를 통과해 난자의 세포막과 결합하고, 수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처럼 모든 수정은 '2등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이루어지고 결국 우리 모두는 1억개의 정자 중 가장 뛰어난 정자가 아닌 '2등 그룹' 중 가장 뛰어난 정자였다는 말이 된다.
모두가 속고 있었던 출생의 비밀은 우리 모두가 1등이 아닌 '2등' 정자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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