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측으로부터 감독을 맡겠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던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히딩크 전 감독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청해 "한국 축구를 위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히딩크 전 감독은 "히딩크 재단 사람들을 통해 지난 여름에 대한축구협회 내부 인사에게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또 협회에서 원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제2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축구를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며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원한다. 감독이든 기술 자문이든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는 말이다"라고 했다.
히딩크 전 감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여러 차례 한국에 있는 히딩크 재단을 통해 한국 감독직 자청 의사를 보였지만 별 반응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의 기자회견이 알려진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히딩크 측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 대표팀 감독 관련해 히딩크 측과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 문자나 메시지로 주고받은 것도 없다. 만난 적도 없다.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선을 그었다.
양측의 입장이 너무나도 판이하게 엇갈리면서 이번 논란은 진실공방으로 번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세졌다.
이에 김 위원장이 다시 입을 열었는데 앞선 주장을 번복하는 것이어서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같은날 언론을 통해 "히딩크 전 감독이 측근을 통해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의향을 이미 6월에 전달했다"고 하며 "카카오톡을 찾아보니 지난 6월 19일 히딩크 측 대리인의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 6월 19일 월요일 노제호 히딩크 재단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에게 "부회장님,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대감독을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 진출시킬 감독 선임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월드컵 본선 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 듯 해서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히딩크 전 감독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면서 공석이 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에 관심이 있으며 월드컵 최종 예선 2경기 감독과 본선 때는 감독을 분리 선임해야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메시지를 받았을 당시 내가 기술위원장이 아니라 뭐라 확답할 위치나 자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메시지를 받은 지 1주일 후인 6월 26일에 기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또 "이걸 두고 히딩크 전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공식 제안한 것처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술위원장이 되고서도 전체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후보로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에 국내 축구팬들은 "김호곤이 거짓말쟁이였네"라며 분노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몇몇 팬들은 대한축구협회 전현직 임원들이 억대 공금을 멋대로 빼돌려 쓴 사실을 담은 뉴스를 공유하며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를 비판하고 있다.
한편 김호곤 감독은 과거 히딩크 전 감독을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김 위원장은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당시 네덜란드 전지 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히딩크 전 감독을 향해 "그 XX", "돈만 아는 인간" 등의 독설을 쏟아냈다. 아인트호벤 21세 이하 팀과의 친선경기가 무산된 것에 대한 비난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히딩크 전 감독은 "비난한 것은 유감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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