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채용시험 면접을 본 20대 A씨는 분노했다. 면접 시간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아 약 6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면접에 앞서 인ㆍ적성검사를 보는 대형병원은 A씨에게 검사 시간을 고지했다. 그러나 인ㆍ적성검사가 끝난 뒤 면접 시간에 대해선 아무런 고지가 없었다. 때문에 A씨는 대기장소에서 6시간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다. A씨는 "오전 9시에 도착해 어두컴컴해진 뒤에야 집에 갈 수 있었다. 하루를 통째로 허비한 꼴"이라며 분노했다.
병원측은 "하루만에 일정을 다 소화하려다 보니 불편을 겪은 지원자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면접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취직하기 위해 상경하는 지원자 중에는 기업의 갑작스러운 연기 통보로 예상치 못한 숙박 비용을 떠 하는 경우도 있다. 가뜩이나 비싼 교통비에, 생각치도 못한 숙박비까지. 이는 고스란히 지원자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채용 과정에 2주간 합숙 평가를 넣은 회사도 있었다. 지원자 중 일부는 "합격 보장이 없는데, 시험을 치르기 위해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까지 그만 두고 시험을 봐야 하냐"며 한숨을 내쉬며 면접을 포기했다.
지원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채용 시스템 탓에 가뜩이나 어려운 청춘들의 속이 시커매지고 있다.
회사마다 인간중심 기업문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채용 과정에서는 행정 편의를 우선시하며 지원자들의 금쪽같은 시간과 돈을 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원자들은 "탈락하더라도 최소한의 세부 일정 공지, 교통비 지급 등 작은 배려가 좋은 인식으로 남을텐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싫으면 오지 말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호소했다.
이들의 고충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초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481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한 번의 면접시험에 쓰는 돈은 평균 5만원 선으로, 교통비(55.9%), 의상 구입비(20.8%), 식비(6.9%) 순으로 부담을 느꼈다.
10명 중 7명(65.9%)이 면접 준비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고, 이 중 37.2%는 부담을 느껴 면접 시험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면접관들도 올챙이 시절이 있었을텐데 취업준비생들을 서럽게 한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심지어 실무자가 면접 결과도 모르더라"등의 반응을 보이며 같이 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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