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떼가 나타나 수원 일대 하늘을 뒤덮여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14일 수원시에 따르면 떼까마귀 3천여마리가 지난 11일부터 동수원 사거리와 인계 사거리에 출몰했다.
지난달 말 500여마리의 '정찰조' 떼까마귀가 수원 도심에 나타난지 10여일 만에 '본진'이 겨울을 나기 위한 전초 기지로 수원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수원 도심 하늘을 뒤덮은 떼까마귀들은 낮에는 주로 화성과 수원시 외곽 농경지에서 먹이를 찾아 나서고 오후 4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수원 도심 건물과 전선등에 앉아 있다.
떼까마귀가 수원 도심을 뒤덮자 수원시는 시청 홈페이지에 '떼까마귀 출현 주의' 글을 올려 떼까마귀 출현 지역의 전선 아래에 주차하거나 보행하는 것을 조심하고, 외출 후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원시는 떼까마귀가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를 전파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오늘인 15일이나 18일에 떼까마귀의 분변을 채취해 AI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떼까마귀는 오리류·고니류와 거의 접촉하지 않아 AI 감염 가능성이 낮고, 또 까마귀에서 AI가 발생한 적은 없다"며 "하지만 시민 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철저히 검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수원 인계동에 출몰한 까마귀는 '떼까마귀'로 중국 중부·동부와 극동 러시아 쪽에서 활동하는 종으로 알려졌다. 보통 한국에서 번식한 뒤 주로 동아시아에서 겨울을 난다.
조류학자들은 '남쪽으로 내려가기 위한 철새로 시베리아 몽골, 중국 북부지역에서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는 까마귀떼가 수원에 머무르게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허위행 국립생물자연관 연구관은 "대부분의 떼까마귀는 낮 동안 인근 농경지에 머무른 다음 저녁에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나무가 많은 곳인 숲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최근 나무 우거진 곳이 사라지고 있어 떼까마귀가 도심으로까지 나타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원시는 지난해 12월 6일에도 팔달구 인계동과 권선구 권선동 일대에 3천여마리의 떼까마귀가 날아와 머무르면서 시민들이 불안해 한 적이 있다.
당시 떼까마귀들은 전선 아래 주차된 자동차들을 배설물로 뒤덮는가 하면 밤새 우렁차게 울어대며 시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또 올해 2월 28일에는 인계동 상가 거리 일대가 떼까마귀로 인해 15분간 정전이 발생해 엘레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작동이 멈추기도 했다.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