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먹방을 세월호 보도 화면에 합성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롱한 사건이 단순 실수가 아니었다는 게 밝혀졌다.
10일 오후 한겨레는 "문제가 된 뉴스 화면이 세월호 침몰 보도 장면이라는 것을 '전지적 참견시점(이하 전참시)' 제작진들이 알고 썼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MBC 자체 조사 결과 '전참시' 제작진 중 조연출과 FD는 이미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연출은 편집 중 재미 요소를 위해 이영자가 어묵을 먹으며 셰프를 소개해달라는 장면을 뉴스에 합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작진 단톡방에 “뉴스에서 앵커멘트로 ‘속보입니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런 멘트에 바스트(배경으로 쓸) 영상부탁해요 뉴스클립”라는 주문을 올렸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고참 FD가 주문에 맞는 화면 11개 클립을 찾아 자료폴더에 올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11개 클립 중 3개의 클립이 세월호 화면이었기 때문.
FD들끼리도 세월호 자료를 넣어도 되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원하는 그림이 나오는 클립을 찾을 수 없어 폴더에 우선 넣었다고 한다.
자료 폴더를 본 조연출 역시 자료 중 세월호 화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중 2개를 선정해 쓰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조연출은 해당 그림을 미술부에 전달하며 세월호임을 알지 못하게 자막과 그림을 블러처리 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과물을 받아 편집에 사용했다.
오디오 위주로 편집을 했기에 문제없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문화방송 측은 최종 편집본을 시사할 때는 이 부분이 채 2초가 안돼 걸러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5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이 뉴스 속보처럼 그려지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화면에 합성돼 세월호 조롱 논란을 빚었다.
'어묵'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식품을 이르는 의미 뿐만 아니라 '일간베스트' 등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그런 어묵을 먹는 장면에 세월호 뉴스 화면을 합성한 건 고의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조롱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많은 누리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특히 이영자는 "충격이 너무 크다"며 이번주 '전참시' 녹화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9일 오전 공식입장을 통해 “모자이크로 처리돼 방송된 해당 뉴스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으로, 편집 후반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최승호 사장 또한 SNS를 통해 “죄송스럽고 참담한 심경”이라며 “이 사건을 보고받은 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님께 직접 사과하고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사결과가 나오면 제가 직접 찾아뵙고 다시 한 번 사과드릴 예정”이라고 고개 숙였다.
MBC는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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