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이 세간에 화제다. 이 요법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인데, 손쉬운 다이어트 방법이라는 점과 단식이 가져오는 신체적 이득을 단기간에 볼 수 있다는 점.
SBS스페셜을 통해 소개된 간헐적 단식의 이야기는 그래서 이영돈 PD를 거쳐 여타 다양한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그 효과와 부작용 등을 다루면서 국내 미디어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다이어트가 전세계적으로 큰 이슈이기 때문에 당연히 간헐적 단식을 다루는 미디어의 포커스도 일단 새로운 다이어트 요법에 맞춰졌다. 물론 다이어트 그 자체가 근본적으로는 건강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다이어트 요법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간헐적 단식은 엄밀하게 말해 ‘다이어트’, ‘단식’ 뿐만이 아니라 몇 가지 개념이 혼동되어 이를 실천해보려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준다. 얼핏 간단해보이는 ‘간헐적 단식’은 실은, 단식, 소식, 운동효과, 자극요법 등 적어도 4가지 측면의 개념이 혼재되어 있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방법론이다.
▲ 이영돈PD의 논리 풀다에서 소개된 간헐적 단식의 효과 측정 사례
그래서 최근 이슈가 되는 ‘간헐적 단식’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 위의 4가지 측면에서 이 방법론을 좀 더 살펴봤다.
1.간헐적 단식은 기본적으로 단식이다
간헐적 단식은 ‘단식’의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무엇보다 단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식은 원래 종교에서 시작됐다. 때문에 단식엔 일반적으로 ‘금욕’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음식을 일정 시간 동안 끊어 그 고통을 견디고 넘어서 신성에 다가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단식은 좀 더 심오한 의미를 갖는데, ‘재생’ 또는 ‘정화’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래서 단식은 그리스 시대의 교육과 다양한 문화권의 성인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식이 심신의 ‘정화’에 중요한 수단이 되어 왔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의학적인 지식이 어떤 수준이든 실제로 오랜 세월 동안 종교에선 단식의 효과에 대해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심신의 고양은 물론 건강까지 지켜온 바 있다. 때문에 현대로 오면서 이 단식의 효과에 대해 의료계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되어 왔다.
전통적인 단식은 3일에서 7일 정도의 기간이 권유되었고 이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러운 준비가 필요하다.
단식의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는 단식의 앞뒤로 음식을 조절하는 과정이다.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 최소 3식, 또는 6식을 서서히 줄였다가, 단식이 끝나면 역으로 서서히 늘려나간다. 이 과정은 신체의 충격을 완화하고 단식의 효과를 극대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여겨져왔다.
또한 단식을 실행하는 과정은 철저히 비일상적 행위를 하는 시간이었다. 내면을 성찰하고 외부 생활을 자제했다. 건강을 위한 단식에서는 휴식과 수면을 권장했다.
이러한 단식은 현대에서는 실천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지만, 조심스럽게만 다룬다면 그 효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훌륭한 방법론으로 인정되어 왔다.
간헐적 단식은 이 단식의 효과를 단시간에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든다. 그러나 전통적인 방법의 중요한 요소들이 빠져 있으며 상당히 거친 면이 있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으로 실제 단식의 효과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은 것으로 보인다.
▲ 간헐적 단식의 임상적인 원리를 설명하는 SBS스페셜 영상
2,간헐적 단식은 운동이 동반될 때 성공률이 높아진다
간헐적 단식의 특징 중의 하나는 대부분 평소에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했을 경우에 매우 성공적이라는 점이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18시간에서 24시간 정도의 단식은 엄밀히 말하면 실제로는 6시간에서 12시간 정도의 금식 시간밖에 허용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시간 동안 음식을 참는 것에서 어떤 효과를 봤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슬람 문화권의 라마단 기간은 18~24시간 정도의 금식이 몇 일씩 진행되지만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의 체중이 줄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간헐적 단식과 관련한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성공사례를 보면 대부분 평소에 운동을 하던 사람들, 다시말해 평소에 기초체력이 있으며 식단 관리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간헐적 단식을 통해서 극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이것은 간헐적 단식의 효과가 운동 요법과 깊은 관계가 있는 점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단식에서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휴식과 명상 등 정적인 행위를 유도한다. 단식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신체의 충격을 완화하고 심신의 정화를 위한 만큼 운동을 권장하는 경우는 없다.
반면 간헐적 단식은 짧은 절식 기간을 설정하고 그 시간에 운동을 권장한다. 당연히 평소에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이 공복 상태에서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평소에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식단에 대한 이해가 높다. 때문에 공복 상태에서 운동을 했다고 해서 폭식을 할 우려도 거의 없고 실제로 몸이 필요한 영양소가 높은 음식을 섭취할 줄 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체지방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늘어난다는 간헐적 단식의 성공 사례는 절식 시간 동안에 운동을 유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실제로 1식을 건너 뛰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몸은 단식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운동을 통해 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면이 있다. 따라서 이 절식 방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체력과 식단의 관리능력만 있다면 절식 시간 동안의 운동을 통해 단식의 효과까지 단기간에 볼 수 있다는 구조는 충분히 합리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만일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식단에 대한 이해도 없이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운동를 함께 시작한다면 십중팔구 신체적 충격과 스트레스 때문에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3.간헐적 단식은 신체를 갑작스럽게 자극하는 요법이다
간헐적 단식은 전통적인 단식의 방법과는 접근법이 매우 다르다. 무엇보다 간헐적 단식 요법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간헐적 운동 요법의 태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간헐적 운동 요법은 아주 짧은 시간에 매우 격렬한 운동을 해서 신체에 ‘비상’ 시스템을 발동하는 데 착안한 운동법이다. 인간의 신체는 위기상황에 대처하도록 진화되어 왔으니 인위적으로 위기상황에 해당하는 격렬한 운동을 실행해서 그 버튼을 눌러주자는 발상이다.
때문에 간헐적 운동 요법은 짧은 시간 동안 운동을 해도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의 운동 효과를 신체가 자동적으로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간헐적 단식도 마찬가지의 발상이다. 평소처럼 먹다가 갑자기 음식을 끊어버리면 신체가 이 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신체의 불필요한 영양요소를 끌어다가 소비하기 시작하는데 있다는 것. 간헐적 단식과 간헐적 운동은 둘 다 진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몸을 다루는 방법론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이것이 ‘자극요법’이라는데 있다. 이 자극이 적절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자극이 그닥 크지 않은 경우도 있고 너무 강한 경우도 있다. 당연히 적절한 자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실패한다.
평소에 아침을 안먹고 점심도 간단히 먹으며 저녁만 제대로 먹는 직장인들의 경우, 실제로 이들이 조금만 음식의 양을 늘려도 살이 찌는 반면, 간헐적 단식을 해도 큰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이들은 평소 16시간 정도의 절식이 생활화되어 18시간이나 24시간 정도의 단식을 한다고 해서 이렇다할 신체적 자극을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반대로 이 자극이 너무 큰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절식 시간을 끝내고 다시 먹기 시작할 때 과섭취를 하게될 위험성이 높다. 이 자극은 오히려 신체에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하게 만드는 지름길일수도 있다. 이런 간헐적 단식은 건강도 해칠 수 있다.
▲ 간헐적 운동 요법인 '타바타 요법'. 4분 동안 최대치의 운동량을 끌어낸다
4.간헐적 단식 안에는 소식의 구조가 있다
간헐적 단식의 가장 중요한 구조 중의 하나는 실제로 음식을 덜먹에 된다는 것에 있다.
간헐적 단식을 시행하면 16시간 단식의 경우는 원래 먹던 양의 30% 정도를, 24시간 단신의 경우는 주2회를 했을 경우 20% 정도의 음식을 덜먹게 된다.
정해진 시간 동안만 안먹으면 나머지 시간엔 얼마든지 먹어도 좋다는 게 이 요법의 특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지 못한 양을 나머지 식사량에서 다 채우는게 아니라 10~15% 정도밖에 못채우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의 큰 외형적 특징은 실제로 먹는 양을 제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 있다.
소식이 몸에 좋다는 것은 과영양 상태가 신체에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치는가에 대해 충분한 연구와 상식이 전파되어 있으므로 이쯤에서 생략한다. 소식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강제적으라도 소식을 하게 만드는 구조가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자.
따라서 간헐적 단식은 만능의 요법이 아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권장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핵심은 ‘공복감’과 ‘운동’이다. 음식을 자주 먹는다면 적게 먹어서 공복감을 느낄 수 있게끔 하고 많이 먹는다면 가끔씩 거리를 두어서 공복감을 느끼게 하자는 것이다. 또한 더 건강하게 살려면 공복감을 느낄 때 운동을 하라는 것.
인류가 1일 3식을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가 공복을 잊고 먹는 것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도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비만이 되고 각종 질환을 얻게 된 것은 배고팠던 긴 인류 역사의 반동일 수도 있다.
이제는 공복감이 주는 충만감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시기가 됐다. 공복감은 우리에게 활력과 고양감을 준다. 자신감과 건강도 준다. 이런 바람직한 신체의 상태를 맛보는 걸 요즘엔 너무 잊고 살았다. 공복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던 시기는 이미 지나가지 않았는가.
간헐적 단식의 유행은 손쉬운 다이어트의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공복감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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