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다. 이런 날씨에는 밖으로 나가야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겨우내 기다려왔던 봄이 아닌가. 벌써부터 춘곤증이 왔다고 침대에 드러눕지 말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자. 이왕이면 한반도보다 따뜻할 제주도로.
제주도 여행은 봄에 가야 제격이다. 제주도를 경험한 관광객들도 최고의 제주 여행 시즌으로 봄을 꼽았다. 여행정보 유통 업체 투어팁스(http://www.tourtips.com)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30대 응답자 중 31.1%가 봄이 제주도를 여행하기에 가장 최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3월에는 제주도 여행에 신선함을 줄 축제들과 제철에 맞는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봄, 그 중에서도 오직 3월의 제주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3가지가 있다. 지금부터 소개한다.
1년에 딱 한 번, 대놓고 불지르는 제주 들불 축제
스케일부터 다르다. 대놓고 산불을 낸다. 수많은 인파가 산불을 보며 걱정은 커녕 환호한다. 어디가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경칩을 전후하여 개최되는 제주 들불 축제 이야기다. 엄청난 규모의 불이 장관을 이루는 모습은 제주도 내에서 오직 3월에 열리는 이 축제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축제는 3월 초에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행사로 꼽힌다. 동산 하나를 다 태워먹어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4년 유망 축제로 지정된 이 행사는 관광객 뿐만 아니라 도민들도 즐겨찾는 축제다.
제주도에서는 가축 방목을 목적으로 목야지 들판에 불을 놓던 ‘방애’라는 전통이 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의 농가에는 2~3마리의 소를 기르며 경작과 운반을 담당하게 하는 주노동력으로 삼아왔다.
농한기에는 마을마다 소를 기르던 농가들이 돌아가면서 초지를 찾아다녔다. 주로 산 중턱에 있는 초지에서 목동들은 가축들에게 풀을 먹였다. 이 때 목동들은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마을 별로 늦겨울에서 경칩까지 목야지에 불을 놓았다.
이런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것이 제주 들불 축제다. 1997년 ‘정월대보름 들불 축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해 1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제 17회 축제를 맞이한다. 개최 초기 애월읍 남읍리와 덕천리를 오가면서 개최하다가 2000년 비로소 새별오름이라는 고정 행사장을 확보했다.
올해 축제는 3월 7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무사안녕, 힐링 인 제주’이라는 컨셉으로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들불을 통해 한 해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제주 들불 축제는 제주도민들도 많이 찾는다. 따라서 제주도는 축제 기간 동안 무료 셔틀버스와 시외버스 임시 정류장을 지정해 도민들과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무료 셔틀버스는 제주 종합운동장과 서귀포시 2청사에서 출발하며 애월읍을 지나가는 시외버스는 새별오름 행사장에 임시 정차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지만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오름 불놓기와 불꽃놀이다. 새별오름이 불로 뒤덮이고 하늘 위로 불꽃이 쏘아 올려지는 이 행사는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보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불꽃놀이는 3월 7일과 8일, 들불 놓기는 9일 밤 열린다.
관련 정보
※ 제주 들불 축제 공식 홈페이지 : http://www.buriburi.go.kr/
※ 축제 행사장 주소 (새별오름)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 59-8 <지도 보러가기>
제주의 수많은 음식들, 그래도 3월이라면 광어!
제주도 여행의 큰 고민 중 하나는 ‘무엇을 먹을까?’다. 그만큼 제주도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 말고기, 고기국수, 오분자기 등 쉽게 볼 수 없는 음식들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래도 3월이라면 광어를 먹어야 한다. 제주도 광어는 2월에서 3월 사이가 가장 맛이 좋다. 이 시기가 광어에게는 산란기 직전이기 때문에 가장 살이 많다. 특히 콜라겐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식감이 쫄깃하다. 회가 가장 유명하지만 구이, 튀김 등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어 있다.
제주도에서는 황금광어, 돌광어 등 다양한 종류의 광어를 맛볼 수 있다. 돌광어는 살이 단단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숙성 과정을 거쳐 복어처럼 얇게 회를 뜨면 최상의 맛을 낸다고 해 복광어라고도 부른다. 황금광어는 광어의 희귀어종으로 제주도에서 전략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금색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황금광어를 많이 찾는다.
제주도는 ‘제주 넙치 클러스터’를 운영해 전문적으로 맛좋은 광어를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제주 마늘 광어는 마늘을 섞어 특수 발효시킨 기능성 사료로 양식한다. 그렇다고 마늘 맛이 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품종에 비해 비린내가 적게 난다. 현재 이 광어는 세계 10여 국에 수출하는 제주도 핵심 상품 중 하나다.
제주 광어는 제주도에 위치한 횟집들을 비롯하여 제주 동문시장, 서귀포 올레시장 등 여러곳에서 맛볼 수 있다. 흥정에 자신이 있다면 솜씨를 발휘하는 것도 좋다. 이 외에도 제주 넙치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제주광어 주식회사는 제주도 내 여러 지역에 제주광어직판장을 개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광어를 제공하고 있다.
관련 정보
※ 제주 동문시장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동문로 16 <지도 보러가기>
※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앙로62번길 18 <지도 보러가기>
3월에 절정인 유채꽃, 안보고 가면 섭섭하다
봄 제주도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유채꽃이다. 샛노란 유채꽃이 만발하는 제주도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이 유채꽃의 개화 시기는 3월 말에서 4월 초다. 게다가 올해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개화 시기가 5~10일 가량 앞당겨질 예정이다. 최고의 유채꽃 경관을 즐기고 싶다면 3월 말에 제주도로 향해야 한다. 그래도 봄 제주도인데 유채꽃 구경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유채꽃 개화 시기에 맞춰 서귀포에서는 국제 걷기 대회가 열린다. 매년 4월 초에 열리던 행사를 올해는 3월 말로 시기를 약간 앞당겼다. 가장 유채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대회를 열어 많은 관광객을 유도하겠다는 주최측의 생각이 엿보인다.
서귀포시 제주조각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3월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서부권, 동부권으로 구분해 각각 5~30km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산방산을 따라 화사하게 핀 유채꽃을 감상하며 제주도의 봄을 즐길 수 있다.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혼자여도 괜찮다.
각 코스를 걸어가면서 유채꽃 뿐만 아니라 서귀포의 관광 명소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이 행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 주 행사장인 제주 조각공원을 비롯해 평화공원 알뜨르 비행장, 남문지못, 대정향교 등 코스마다 여러 관광지가 포함되어 있다.
약 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축제는 인터넷, 전화 등으로 사전 신청하거나 현장에서 방문 접수를 통해 참가할 수 있다. 기념품과 코스지도, 완보증을 선물로 증정하며 참가비는 10,000원이다.
관련 정보
※ 축제 행사장 (제주조각공원)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일주서로 1836 <지도 보러가기>
제주 여행, 무작정 떠나면 길바닥에 나앉는다
제주도는 당일치기 여행이 힘든 곳이다. 최소 1박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육로로는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공편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앞뒤 안가리고 제주도로 갔다가는 지갑이 반토막나고 숙소도 구하지 못해 노숙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제주도 여행 전 미리 준비를 하자.
3월 제주도는 숙박과 교통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비수기 요금이 적용된다. 물가가 상당히 비싸지는 성수기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축제 기간이 겹칠 경우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 숙박이나 교통편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항공권의 경우 들불 축제와 유채꽃 걷기 대회 기간 중 운임은 약 7~12만원 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편도 기준). 저가 항공이나 할인권 등을 적극 이용하면 더욱 저렴하게 항공권을 확보할 수 있다.
제주도 내에서는 렌트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타 지역에 비해 대중교통이 취약한 여건 상 자전거, 스쿠터, 렌트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대여할 수 있다. 국내 타 지역에 비해 규모도 크고 가격도 저렴하다.
제주도의 숙박은 호텔부터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하게 있다. 평일에는 객실이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주말에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객실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축제는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그 기간에는 숙박이 더욱 어려워진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사전 확인이 필수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저렴한 가격 등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인기가 높지만 다른 숙박 시설에 비해 규모가 작은 곳이 많다. 따라서 원하는 숙소에 방을 구하지 못할 확률 또한 존재한다.
최근 여러 업체들이 숙박이나 항공, 렌트카를 결합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품은 항공, 교통, 숙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신 만의 아기자기한 여행 일정을 짜고 싶다면 항목 별로 세세히 조사하는 것이 낫다.
제주도 여행의 진리는 ‘사전 예약’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듯이 제주도 여행도 부지런하게 준비할 수록 더 알차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복잡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여행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하도록 하자. 여행에 돌아와서 본전 생각나는 것만큼 아쉬운 일은 없다.
수학여행이나 가족여행으로 많이 가봤을 법한 제주도. 예전에 봤던 관광 명소를 그대로 또다시 보러 가는 것은 약간 맥이 빠진다. 그런 점에서 3월 제주도 여행은 식상할 수도 있는 제주도에 작은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다. 똑같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3월이 다 가버리기 전, 제주도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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