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자수한 남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기뻐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선 버벌진트가 과거 자신도 차별적 행동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한 후, 앞으로는 조용히 후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래퍼 버벌진트(김진태, 39)는 인스타그램에 "오늘 좀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네요"라며 말문을 뗐다.
그는 인터넷에 쓴 글이 전부 박제될 것은 예상했지만 싸움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표현은 속으로 갖고 있던 생각을 충동적으로 표현했을 뿐, 생산적인 결과를 끌어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자신이 가진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그런 태도와 수위의 포스팅을 만일 여성 유명인이 했다면 얼마나 많은 위협을 받았을까?"라며 자신이 남성이었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비난도 덜했음을 인정했다.
또 "그 스토리에 부들부들할 사람들 놀리려고 올린 하트나 메롱 이모지 같은 것들이 이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몇 초간 잊게 만들었을 수 있겠다, 후회된다"라며 엄중한 사건을 가볍게 다룬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내 인스타그램에 어떤 방식으로든 동조의 표시를 하신 분들이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의 경계 안에서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과거에 그가 했던 발언이나 행동들을 반성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6년 음주운전 적발 사실과 관련한 입장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한국에서 남자는 한순간 정신 놓으면 어떤 악마가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되새기려고 합니다"라며 "이제 조용히 후원하고 응원하고 기도할게요"라고 말을 마쳤다.
버벌진트는 하루 전인 12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n번방 음란물 가지고 있다" 음독 후 자수한 20대 끝내 숨져]라는 기사 캡처를 올렸다.
그러면서 "기쁘다. 몇 명 더 사망하면 기념곡 냅니다. 신상 공개도 갑시다"라고 썼다.
온라인상에서는 버벌진트의 의견에 동조하는 쪽과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바라보는 쪽으로 나뉘어 입씨름이 벌어졌다.
갑론을박은 '버벌진트가 n번방 참여자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로까지 번졌다.
그가 과거에 발표한 곡에 여성혐오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점,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된 적이 있었다는 점 등 과거 행적이 수면 위로 올라와 다시금 화제가 됐다. 버벌진트는 이 같은 반응에 새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원에는 2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해 역대 최다 참여자 수를 경신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10일 오후 8시쯤 인천시 한 아파트에서 A씨(28·남)가 숨진 채 발견됐고, 사망 현장에 A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도 나왔다고 11일 발표했다.
A씨는 지난달 24일 전남 여수경찰서에 찾아가 "n번방 사진을 갖고 있다"라고 자수한 인물이다.
당시 경찰은 A씨 휴대전화에서 아동 음란물 등 340여 장의 사진이 저장된 것을 확인한 바 있다. A씨는 자수하러 오기 전 독극물을 먹었다고 밝혔다.
한편 버벌진트는 1999년 데뷔한 래퍼로, '좋아보여', '충분히 예뻐' 등 히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화제를 모았다.
다음은 버벌진트가 밝힌 입장 전문이다.
오늘 좀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네요
제가 넷상에 올린 표현들이 다 박제될 것을 당연히 예상은 했지만 이게 싸움의 주제가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제 올린 스토리는 요근래 속으로 갖고 있던 생각을 충동적으로 표출한 것이구요, 어떤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드는 생각은 ⠀
'그런 태도/수위의 포스팅을 만일 여성 유명인이 하셨다면 얼마나 많은 테러위협을 받을까' (실제로 용감하신 여러 분들이 목소리를 내신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 스토리에 부들부들할 사람들 놀리려고 올린 ♥나 메롱emoji같은 것들이 이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몇초나마 까먹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후회된다'
'혹시라도 내 인스타그램에 어떤 방식으로든 동조의 표시를 하신 분들이 자신들이 계속 살아가야하는 삶의 경계 안에서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정도입니다.
저 역시 과거에 '이게 뭐가 문젠데?' 하면서 저지른 수많은 폭력적인 또는 차별적인 행동들이 있었습니다. 나잇값 못하는 저의 충동적 포스트에 응원과 동조의 DM을 수천 개씩 보내주시는 걸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지금 상황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2016년6월16일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과 과거 저의 부끄러운 가사 라인들을 다시 언급해주시는 분들께는 고맙습니다 리마인더니까요. 사람은, 특히 지금 한국에서 남자는 한 순간 정신줄 놓으면 어떤 악마가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되새기려고 합니다.
이제 닥치고 조용히 후원하고 응원하고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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