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국민들의 집회에 대해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카카오톡 단톡방을 캡쳐해 올렸다. 여기에는 경남 진주에 위치한 LH 본사 앞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층수 높아서 안들려 개꿀~'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등 농민 약 50명이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집회를 열었던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농민들은 당시 "LH는 한국농지투기공사로 이름을 바꾸라"고 분노를 표했다. 최근 들어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는 LH 땅 투기 논란의 연장선상이다.
시작은 폭로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땅 투기 의혹을 폭로했기 때문. 이들은 LH 임직원 10여명이 투기 목적으로 광명-시흥 지구 내 토지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명과 시흥은 3기 신도시로 지정돼 약 7만가구가 공급될 예정.
김태근 민변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필지의 토지 등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했다"라면서 "LH 직원 10여명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10개 필지의 토지 약 2만 3,028㎡의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라고 폭로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0여명의 LH 직원과 그 배우자가 이 토지를 약 100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라면서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금만 약 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러한 행위가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 및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내부 개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것. 이들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최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광명과 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토부, LH를 비롯한 관계 공공기관 등에서 신규택지 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토지거래 조사가 벌어질 예정이다. 해당 전수조사는 국무총리실이 지휘하고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 높이 조사할 예정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분노를 참지 못한 시민들은 LH 본사가 있는 곳까지 방문해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전 국민적 질타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하는 LH 직원들이 오히려 "층수 높아서 안들려 개꿀~"이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 지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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