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올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해온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진행됐던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대화가 1년 넘게 중단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히고 △그들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위협을 없애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번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을 마련했다면서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는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괄 타결'(grand bargain)식 접근법과도 다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재검토는 빈틈없이 철저하게, 폭넓게 이뤄졌다. 외부 전문가 및 역대 정부 당국자들과도 긴밀히 논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사키 대변인은 특히 "지난 4개 행정부의 노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분명한 이해가 있다"며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그런 과거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면서도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주둔 병력의 안보 강화란 측면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 한다고 밝혀 일련의 대북억지 전략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즉, 북한 핵문제 등의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되,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따른 군사적 대비태세도 놓치지 않겠다는 얘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8년 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등 경제적 압박을 지속한 것 외엔 북한 문제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가 오히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됐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초엔 "화염과 분노" 등을 언급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었지만,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의 첫 번째 회담 뒤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줄줄이 축소·연기토록 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만 하지 않았을 뿐 관련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지속해왔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게다가 북미 양측은 싱가포르 회담 당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의 합의사항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도 했으나 그 선후관계, 구체적으로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 등 보상책에 대한 이견은 끝내 좁히지 못했다.
일례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테니 안보리 대북제재 중 일부를 해제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미국 측에선 '영변 플러스알파(+α)'를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단편적인 비핵화 조치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보상책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단계적(phased) 합의를 추구한다"면서도 "과거 정부에서 통용됐던 점진적(step by step) 합의와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이런 대북접근법이 "싱가포르 합의와 그 이전의 다른 합의들에 기반을 둔" 실용적 접근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북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 하고, 또 싱가포르 합의를 비롯한 기존 북미 간 합의사항을 바이든 정부가 원하는 수준만큼 이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 보도된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 입장에선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서 '매력'을 느낄 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세심하게 조정된' 대북접근법은 '새로운 길'이 아니다"며 1994년 제네바 합의와 북핵 6자회담, 2012년 2·29합의 등에서도 미국이 시도했던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엄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때만 작동할 것"이라며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고 적기도 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선 좀 더 구체적인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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