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검토를 마친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 해법'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북미대화 재개의 공을 북한에게 넘기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G7(주요 7개국) 외교·개발장관 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새 대북정책은 외교에 중점을 둔 매우 분명한 정책"이라며 "이를 토대로 관여할지 안할지는 북한에 달려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이 외교적인 기회를 잡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 살펴보기를 바란다"며 "미국은 향후 수일, 수개월 동안 북한의 말뿐 아니라 실제 행동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큰 틀이 공개된 바이든호의 대북정책의 핵심은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단계적 접근'과 '실용적 외교'를 담았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의 '일괄타결',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의 차별화를 강조하면서다.
다만 '핵 능력을 동결하고 반대급부로 대북제재 완화를 제공한다'는 식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은 직접적인 '협상 카드'기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대신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외부적으로 공개하긴 어렵지만 북한 입장에서 대화에 응할 수 있는 수준의 '협상 카드'가 마련돼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공을 다시 북한으로 넘기는 모양새"라며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다양한 외교적 방안이 마련돼 있고, 내용을 알고 싶으면 일단 대화에 나오라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중순 이후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이른바 '뉴욕채널'을 통해 비공개로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북한에 대한 물 밑 접촉 시도 등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발언은 이미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곧 본격 시동을 걸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은 지난 2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잇달아 발표하며 대남·대미 비난전에 열을 올린만큼, 당분간은 관망 모드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및 북미대화 조속 재개를 위한 우리의 '아이디어'를 개진할 가능성이 큰 만큼, 거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까지 볼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미사일을 시험발사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책임을 묻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가 걸린다. 향후 한국을 걸고넘어지면서 좀 더 안전한 대미 압박 수단을 찾으려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청와대,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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