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차례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개막 전부터 갖가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개최 여부를 놓고 국내외 회의론이 거센 가운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독도 지도 표기와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 등을 강행하고 있어서다.
이는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이중적인 태도로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올림픽에선 '정치적 행위'가 금지된다. 하지만 IOC는 이번 올림픽을 사실상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정작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다 강력한 우리 정부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2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화봉송 지도에는 독도가 일본 땅인 것처럼 표시돼 있다. 지난 2019년 우리 정부의 항의로 지도 디자인이 일부 수정되긴 했으나 확대하면 여전히 독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올림픽을 활용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홍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잇따른 시정 요구에도 수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중재해야 할 IOC는 '해당 문제는 올림픽 조직위에 문의하라'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특히 2018년 평창올림픽 때도 홈페이지에 독도를 넣었다가 일본의 항의로 뺐던 적이 있어 형평성 문제마저 제기된다.
IOC의 외면에 일본 정부는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나선 상태다. 지난달 28일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그리고 국제법상으로도 명확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영토처럼 표시된 독도를 삭제해 달라'는 한국 측의 요구와 관련,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IOC가 일본에만 유독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듯한 행보는 또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무릎 꿇기' 퍼포먼스 같은 일체의 정치적 의사 표현 행위를 금지했음에도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에 대해서는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과 관련해 IOC는 정작 "문제가 되면 상황별로 판단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종·성별에 대한 차별과 혐오범죄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억압하면서 욱일기 응원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것을 놓고 과연 화합과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냐는 비판도 작지 않다.
여기에 지난달 공개된 일본 골프 대표팀 유니폼마저 욱일기가 연상되는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결국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대한체육회는 전날(1일) 올림픽 홈페이지 내 독도 표시와 관련해 IOC에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하는 서한도 발송했다.
같은 날 외교부는 항의에 뜻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도 초치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 역시 한 목소리로 올림픽 보이콧을 외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림픽 홈페이지의 영상을 살핀 결과 송화봉송단이 지난달 16일 지나간 경로에 독도 억지 주장의 근거지인 시마네현 오키섬과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리는 시마네현청 '다케시마자료실'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독도 야욕에 대한 의도적인 꼼수를 드러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 내각이 출범할 당시와 비교해 반토막 난 지지율 회복 등을 위해 올림픽 강행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와 부진한 백신 접종률에 따라 올림픽 개최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올림픽을 강행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취소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온 상태다.
전날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전문가 자문위에서 도쿄도 내의 감염 상황이 최고 수준인 4단계(감염 폭발)로 지속된다면 올림픽 개최가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신규 확진자 수와 병상 사용률 등을 따져 감염 상황을 4단계로 나누는데, 현재 도쿄를 포함해 긴급사태가 선포된 지역은 최고 수준인 4단계에 해당한다. 이 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자는 의견은 83%에 달했다.
이에 앞서 지지통신은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7월4일 도쿄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올림픽의 연기 또는 취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외 선수단의 사전 합숙 등을 지원하겠다던 계획을 뒤집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이렇듯 일본 내 올림픽 개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자 공식 후원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개최와 경기장 내 일부 관중 입장을 위해 긴급사태 선언이 이어지는 이달 20일까지 어떻게든 백신 접종률을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해외 관중의 입국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으나, 자국 관중 입장 여부에 대해선 이달 중 결정하기로 했다.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 온라인커뮤니티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