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미확인 비행물체)를 봤다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겠나" 법정 안이 술렁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발언 직후다.
전씨 측 변호인은 14일 오후 2시 광주지법에서 열린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에 나와 5·18당시 '헬기 사격'을 UFO에 빗대며 부정했다.
원심에서 '헬기 사격'을 인정하게 한 진술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목격자 대부분 헬기 사격을 직접 본 게 아닌, 총소리를 듣고 위를 보니 헬기가 떠 있었다고 주장했고, 그 마저도 진술들이 번복되는가 하면 서로 간의 시간대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을 가지지 않는 이상 의심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부정하고 헬기 사격의 실체를 거듭 부인했다.
특히 그는 "사람들이 UFO를 봤다고 하지만 합리적인 의심 없이 UFO를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직후 방청객들 사이 나지막한 욕설과 한숨 섞인 푸념이 흘러나왔다.
또 중간중간 전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항의와 재판부의 제재를 받기도 했지만, 항소 이유를 1시간 이상 계속 이어갔다.
반면, 검찰은 전씨 측의 주장이 '허위 사실'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군사작전 특성상 지시하는 사람이 없으면 명령을 실행하기 힘들다"며 "특정일이 아닌 5·18 기간 전체 동안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것은 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씨 측 주장의 대부분은 이미 1심에서 판단한 내용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뤄졌던 내용을 이런 식으로 또다시 변론하면 재판이 길어지는 등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전씨는 1997년 5·18 내란 살인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후 5·18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고 회고록에서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고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이 끝난 직후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재판부의 공정성의 의문을 표했다.
조 신부는 "지난 공판에는 전두환 측에 재판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송달하지 않았고, 오늘 역시 인정신문 절차 없이 재판이 진행됐다"며 "원칙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소를 했으면 최소한 얼굴이라도 비쳐야 하는 것이다. 현 재판부가 제대로 재판을 해나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적잖게 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 재판은 7월 5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지난해 11월30일 전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980년 5월21일과 27일 각각 광주 도심에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해 전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전씨 측은 1심 선고 이후 '사실오인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는 취지로 각각 항소했다.
전씨 측은 이후 항소심 재판을 서울에서 받게 해달라며 관할이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사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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