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학교 폭력' 사태로 크게 시끄러웠다. 여자 프로배구 이재영·이다영(이상 25·흥국생명) 쌍둥이 자매가 '학폭 사태'의 시발점이었고 이어 꼬리를 물고 다수의 종목으로 퍼졌다. 여파는 상당했다. 온 나라가 들썩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며 "이런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란은 줄어들었고, 논란에 휘말렸던 이들은 최근 들어 하나둘씩 복귀하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남자배구 송명근은 OK금융그룹과 재계약을 맺었고 다음달 입대 예정이다. 삼성화재 소속이던 2월 학교 폭력 사태 등의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던 박상하는 현대캐피탈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여기에 큰 이슈가 머잖아 등장한다. 이재영, 이다영의 코트 복귀도 사실상 확실시 된다.
흥국생명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쌍둥이 자매를 선수등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KOVO 선수등록 마감일은 오는 30일이다. 이재영은 V리그로 돌아가고, 이다영의 경우는 해외로 이적시키겠다는 구상까지 덧붙였다.
언젠가 코트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복귀 시기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 과정과 방법도 적절하지 않다. 무엇보다 구단의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흥국생명은 학폭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때려 언제든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무기한'이 주는 어감이 언뜻 중징계로 보이나 각도를 바꾸면 '아무 때'나 돌아올 수 있는 장치다.
팬들을 기만했던 모습도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흥국생명 구단은 일찌감치 이재영의 V리그 복귀를 결정해 놓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공식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만 반복했다. 그러다 등록마감이 다가오자 '슬쩍' 진행하고 있다.
뜬금없이 불거졌던 이다영의 그리스 이적설도 취재 결과 흥국생명이 직접 추진한 일이었다. 흥국생명 관계자가 국내 한 에이전트를 통해 터키 에이전시 잔(CAAN)에 이적 등을 문의했고, 그리스 구단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배구 관계자는 "뻔히 보이는 일들을 왜 계속 거짓말로 숨기는지 의아하다.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언젠가 두 자매가 코트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많은 배구인들이 인지하고 있었다.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기에 선수생명이 마감되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배구계를 넘어 스포츠계 전반이 흔들렸을 정도의 파장을 일으켰던 장본인들이, 배구팬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화나게 만들었던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 그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단이 쌍둥이 자매에게 투자한 돈, 다음 시즌 리그에 나서야하는 전력만 생각했기에 가능한 행동이다. 선수들 역시 자신들만 생각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뒷전이 됐다.
이재영과 이다영 두 장본인은 학폭 사태가 터진 이후 공식 자리에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SNS에 글로 고개를 숙였고, 혹은 구단이 대신 사과했다. 그때 SNS에 올렸던 사과문은 사라진지 오래다.
심지어 지난 4월 학폭을 폭로했던 폭로자를 고소할 것이란 입장이 한 매체를 통해 보도돼 논란이 된 사건도 있었다. 폭로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피해가 컸다는 이유에서였다. 쌍둥이 자매가 곱씹어보니, 자신들이 입은 피해만 떠올려졌던 모양이다.
과연, 정말 미안한 마음은 있을까 수많은 물음표들이 떠다니고 있다. 그랬던 이들이 몇 달 조용해지자 슬쩍,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둘의 코트 복귀는 확실시 된다. 많은 배구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과연 누가 그들의 복귀를 보며 박수를 쳐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게 아니라고 하는데, 흥국생명과 쌍둥이 자매는 "잘하니까"만 외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 흥국생명,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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