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피자와 햄버거뿐만 아니라 짜장면·족발·떡볶이와 같은 인기 배달음식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영양성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 간식' 치킨은 이번에도 영양성분 표시 의무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달고 짠 배달 음식 섭취↑…"배달앱에 영양 성분 공개 추진"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달 '외식·급식 등의 나트륨·당류 저감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 제안 요청서를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외식 업체들이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메뉴에 영양성분 표시를 자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배달 음식 소비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에도 영양정보 표시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영양성분 표시는 제품이 함유한 영양성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알레르기 유발 원료 사용 여부와 열량·단백질·포화지방·당류·나트륨 함량 정보를 담고 있다. 식약처는 배달앱을 이용하는 음식점이 영양표시를 할 때 가독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해 주거나 표준 가이드를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다.
식약처가 영양성분 표시 적용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코로나19로 배달 수요는 높아진 반면 배달 메뉴에 영양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는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 앱에서 판매하는 메뉴에 반드시 영양 성분 표시를 해야 하는 업체는 △햄버거 △피자 △아이스크림류 △제과·제빵류 업체로 점포 수 5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만 해당한다.
우리 국민의 나트륨과 당류 섭취량 역시 증가하고 있어 정확한 식품 성분 정보를 소비자에게도 제공할 필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민 나트륨 평균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2000㎎의 약 1.6배인 3289㎎이다. 특히 나트륨 섭취량의 34%가량을 외식 음식으로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세~18세 사이 어린이 당류 평균 섭취량 역시 WHO 권고기준 50g을 초과한 56.1g으로 집계됐다.
◇대표 배달음식 '치킨', 어린이 기호식품 아니라 대상서 빠져
이번 사업은 특히 치킨업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치킨은 그동안 햄버거·피자와 달리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서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양성분 의무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도 즐겨 찾는 식품이라는 이유에서다.
치킨을 의무 표기 업종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업계 반발로 여러 차례 무산됐다. 기준에 맞지 않게 영양표시를 했을 경우 과태료를 물거나 조리법을 바꿔야 하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현재 배달 앱이 아닌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자율적으로 영양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조리한 식품이 항상 일정한 영양 함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치킨은 닭 잡내를 줄이고 보관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염지(鹽漬) 작업을 하는데, 이 때문에 나트륨 함량이 높게 나타나면 메뉴를 변경해야하는 위험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달음식 시장에서 치킨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치킨을 영양성분표시 의무 업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 사업만으로 업계 자율에 맡기기에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가 더딜 것이란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치킨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달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영양성분표기 의무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의아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야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향후 모든 외식·프랜차이즈가 배달 앱에서도 식품 영양 정보를 제공하는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체 자율적으로 영양성분을 표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전체 업종으로 제도가 확산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의무 대상 업종뿐만 아니라 향후 모든 업체가 배달 음식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고 기반을 다지기 위한 목적"이라며 "일부 업체는 지금도 자사 홈페이지에 영양성분을 자율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소비자 정보 접근성을 더 높이기 위해 배달 앱 활용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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