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때아닌 한국인들의 잇단 '망명'(?)이 이어지고 있다.
광고를 안 볼 수 있는 유료 구독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기 위해 인도, 아르헨티나 등으로 우회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한국보다 해당 국가의 서비스 비용이 현저히 싼 탓이다.
유튜브는 국가별로 가격 정책을 달리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다른 기능을 제외하고 광고만 안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해외 주요 국가에서 제공하는 '가족 멤버십' 옵션도 없다. 고비용 국가와 저비용 국가 사이에 낀 한국 시장은 유튜브 가격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 월 9500원 서비스, 인도·아르헨티나는 2000원대
유튜브 프리미엄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월 9500원에 서비스되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없는 콘텐츠 감상, 오프라인 저장, 백그라운드 재생을 지원하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을 추가 제공한다. 아이폰에서 가입할 경우 애플의 30% 수수료 정책이 가산돼 월 1만4000원까지 가격이 치솟는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같은 서비스를 월 2000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인도의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월 139루피(약 2200원) 수준이다. 국내보다 7000원 이상 저렴하다. 이 때문에 국내 일부 이용자들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해 기꺼이 인도인이 되길 자처한다.
최근 제2의 망명지로 떠오르는 국가는 아르헨티나다. 인도 서비스 우회 이용이 막히는 경우가 늘자 대안 국가로 제시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월 119페소(약 1400원)로 인도보다 저렴하다.
이들 국가에서 가족 멤버십을 이용할 경우 가격은 더 낮아진다. 가족 멤버십은 최대 6명의 이용자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는 요금제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서비스와 비슷하다. 기본 이용료보다 비싸지만, 이용자 6명이 모여 비용을 분담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인도와 아르헨티나에서 가족 멤버십으로 가입해 비용을 분담할 경우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1인당 약 400~600원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튜브상에서 사이버 망명은 늘고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인도 우회', '아르헨티나 우회'가 자동완성 검색어로 뜰 정도다.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서도 VPN을 이용한 유튜브 프리미엄 우회 가입 방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는 이 같은 행위를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유튜브는 약관을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지원되는 국가의 거주자라고 허위로 표시하기 위하여 허위의, 부정확한,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시하지 아니하고, 유료 서비스 또는 유료 서비스 내에서 이용 가능한 콘텐츠에 대한 액세스 또는 가용성에 대한 제한을 우회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아니하기로 동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 저렴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나왔지만…
유튜브는 국가별 시장 환경을 고려해 가격을 달리 책정한다는 입장이다.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이 비싼 편은 아니다. 미국 11.99달러(약 1만4000원), 일본 1180엔(약 1만2500원), 영국 11.99파운드(약 1만9300원), 프랑스 등 유럽은 11.99유로(약 1만6500원) 수준으로 국내 가격보다 높다. 가격 자체는 국내 상황에 맞는 적정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가족 멤버십, 학생 멤버십 등 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 국가들에서도 가족 멤버십을 이용하면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도 가족 멤버십을 이용하면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1인당 3500원대에 불과하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프리미엄 가족 멤버십이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해 "다른 나라와 차별적인 요금 정책을 운영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튜브 측은 "국가별로 시장 환경이 다르고 제품 출시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되기 때문에 한국에 출시되지 않는 이유를 짚어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가족 멤버십이 제공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등이다.
현재 유튜브는 다양한 가격 정책을 실험 중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광고만 안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일부 국가에 선보였다.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라고 명명된 이 서비스는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오프라인 다운로드, 백그라운드 재생 등 다른 기능을 모두 제외한 대신 가격을 낮춘 요금제다.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 적용됐으며, 월 6.99유로에 제공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가격은 월 11.99유로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 같은 요금제가 출시될지는 미지수다. 주요 국가에서 제공되는 가족 멤버십도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낮은 가격대의 요금제 출시는 더욱 불투명해 보인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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