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미군 군사기지에 임시 수용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전날(24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미군 군사기지에 임시 수용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미국 관리들이 더 나은 곳을 찾아냈다"며 "그 밖에도 물류와 지리적인 이유로 양국을 모두를 수용 기지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리아, 예멘의 경우 해안과 인접해있어 난민들의 수송이 항공기와 선박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아프간 난민이 파키스탄, 이란 외에는 탈출할 경로가 없다. 아프간에 직접 항공기를 보내 난민을 수송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중동에서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한국과 일본보다는 다른 미군 기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프간 난민 수용에 대한 국내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위상에 맞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슬람 공포증의 시선으로 경계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에서 전날인 23일 장혜영 의원,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 등이 난민 수용을 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아프간 난민에 대한 '혐오 댓글'들과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EU 국가 이슬람 사회내 극단주의 세력을 언급하며 난민 수용은 절대 불가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게다가 아프간 난민을 주한미군 기지에 수용한다는 안을 놓고 정치권 또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앞서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해 일본 등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도 임무가 하달된다면 한국 정부와 협력해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 피터스 주한미군 대변인은 지난 22일 "현재까지 임무 지시를 하달받은 바 없다"면서도 "임무가 하달되면 한미동맹과 강력한 연합방위태세의 제공 및 유지 의무를 유지하면서 미 국무부, 국방부, 대한민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자들과 정치권은 이에 대해 일제히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고 일각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대한민국 미군기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나온 거 같은데 전혀 (우리 정부에서) 논의된 바가 없고 그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 의문"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한미상호방위조약(SOFA) 내 주한미군 영토 규정 문제까지 거론됐다. 미군기지가 사실상 미국 영토로 간주돼 미국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과 주한미군 기지는 미군이 우리 정부로부터 임시로 대여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동의가 필수적이란 주장이 엇갈렸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만약 미군이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하고 비용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인사들은 일제히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아프간 피란민 문제와 관련해 "현재 협의 중인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같은날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정리된 것은, 지리적 여건이나 편의성에 따라 미국은 중동이나 유럽 지역에 있는 미군기지를 활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국방부 제공, B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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