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화물차에 깔려 숨졌다. 이 사건을 보도한 뉴스 댓글에는 고된 일을 하다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애도보다는 조롱이 더 많았다. 유족은 "악플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배달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토바이 배달원은 조선시대 백정 취급을 받는다"는 자조 섞인 글이 올라왔다. "배달원을 사회악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인데 무섭기도 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배달 오토바이 혐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 명문대 학생이, 올해 초에는 한 학원 직원이 "공부를 못해 배달을 한다"며 막말을 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일부러 배달 오토바이를 밀어버리거나 일부러 불을 지르는 사건도 있었다.
이번 선릉역 사건에서는 숨진 이에게 불특정 다수가 막말을 퍼부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배달 음식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국이 어쩌다가 '배달원 혐오국'이 됐을까.
주요하게 꼽히는 문제로는 배달 오토바이의 교통법규 위반, 머플러 개조로 인한 소음 등이다. 최근 오토바이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시민들의 신고는 폭증하고 있는가 하면, 공공기관에서도 '공익제보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오토바이의 지상 통행금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단지와 배달원 노조가 단지 내 지상 통행허용과 저속·안전 운전을 서로 약속하는 훈훈한 사례도 있으나 극히 드문 일이다.
오토바이 배달원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교통법규를 모두 준수할 경우 하루 소득은 22% 줄고 건당 배달 소요시간은 25% 늘어난다. 각 배달앱의 인공지능(AI)이 설정한 배달시간을 준수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배달원 노조 라이더유니온이 6월9일 진행한 '신호데이' 실험 결과다.
배달원들은 배달사업자 등록제와 안전배달료 도입을 대안으로 꼽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라이더유니온과 협력해 일명 '라이더보호법'(생활물류서비스법 및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배달 사업자에게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배달원 면허 확인과 더불어 안전운행을 위한 교육, 보험 가입 등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또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저 배달료를 보장해 배달원들이 무리하게 운행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법이 통과되더라도 배달원들의 상황이 쉽게 나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용을 부담할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적자 상태다. 한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회사가 이윤을 내려면 배달료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하지만 소비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호를 위반해 목숨과 맞바꾼 '떼돈'을 벌려는 배달원은 없을 것이다. 또, 생각보다 많은 이유로 사람들은 배달 일에 뛰어든다. 선릉역에서 숨진 배달원도 코로나19로 회사가 문을 닫아 배달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변을 당했다. 그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다.
길에서 싸늘하게 죽어간 노동자를 비난하기는 쉽다. 타이핑 몇 번, 욕설 몇 마디면 된다. 하지만 모든 배달원이 법규를 지키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는 너무나 어렵다. 더 어려운 일을 이뤄내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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