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의 인권도 생각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시 서초구를 오가는 9711번 버스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기사들이 하루 9시간이 넘는 장거리 운행에도 휴식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기사들은 회사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했지만 회사는 이에 꼼수로 대응했다고.
가장 문제가 되는 버스 중 하나는 9711번 버스다. 9711번 버스는 수도권에 있는 장거리 버스 노선 중에도 가장 긴 노선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운행을 시작한 9711번 버스는 왕복 운행거리가 90.5km에 달한다.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를 시작으로 서울시 양재동 시민의 숲까지 운행한다.
이 버스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운행한다. 비교적 교통량이 없는 시간대에 버스를 타도 일산에서 양재까지 편도 두 시간이 걸린다. 여기서 곧바로 차고지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두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결과적으로 버스 기사는 한 번 운행할 때 왕복 네 시간을 운전해야 한다는 것.
이로 인해서 9711번 버스 기사들의 고충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버스 기사들은 운행 중에 화장실을 가기 어렵기 때문에 기저귀까지 준비한다고. 약 네 시간을 운행한 뒤에 충분한 휴게 시간이 있다면 화장실 걱정을 덜 수 있다. 하지만 기사들 측의 주장에 따르면 평균적인 휴게 시간은 고작 28분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국 일부 버스 기사들은 지난 9월 회사를 상대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지방 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8시간 일할 때마다 휴게 시간으로 한 시간을 주도록 한 근로기준법에 맞지 않다는 것. 고용노동청 역시 회사 측에 시정 명령을 내려 기사들이 휴게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회사가 내놓은 대책은 일종의 꼼수였다. 회사는 출근을 30분 앞당기고 퇴근은 30분 미뤄 휴게시간을 확보했다. 오전에는 첫 차가 운행하기 전에 30분을 휴게시간으로 주고 오후에는 막차를 운행한 다음 30분을 휴게시간으로 준 것. 근로기준법 상에는 휴식 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줘야 한다고 되어있기 때문에 이것 또한 법을 어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회사 측은 10월부터 노선을 단축해 교통 체증 등 일부 사례 외에는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면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휴게시간으로 인해 운행 횟수가 줄면 서울시에서 받는 재정 지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 기사들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을 운행하는 만큼 휴게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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