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타이밍이 그렇다.
정부가 애당초 내년 1분기 전기와 가스요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2분기에는 요금을 인상하기 때문. 복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은 내년 4월부터 전기와 가스 요금을 일제히 인상할 예정.
한국전력이 책정하는 전기 요금의 경우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라는 기준으로 책정된다. 기준연료비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나눠서 각각 인상하고 기후환경요금은 4월 1일부터 인상된 단가를 적용한다. 현재 요금에 비해 최종적인 내년 인상폭을 따져보면 약 10% 내외가 될 전망이다.
가스 요금도 비슷하다. 한국가스공사는 내년 5월을 시작으로 7월과 10월까지 총 세 차례 단계적으로 가스 요금을 인상할 예정이다. 전기 요금과 같은 기준으로 인상 폭을 따져보면 최종적으로 10월 이후에는 지금보다 16.17% 오른 요금으로 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이 소식을 받아든 국민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가스와 전기 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동결 계획을 밝힌지 단 일주일 만에 2분기부터 인상한다고 발표했기 때문. 사실상 동결 발표가 3개월을 위한 일주일짜리 발표였다고 보는 시각이 제법 존재한다.
이들이 일제히 요금을 상승하는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수년 동안 국제유가가 꾸준히 상승했지만 가스 요금과 전기 요금 모두 인상요인을 반영하지 못해 적자가 누적됐기 때문. 이번 요금 인상으로 인해 관련 공기업들은 일단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4조 4천억원에 달한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당장 적자 폭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재정 건전화를 꾀하겠다고. 가스공사도 요금 인상을 통해 올해 말까지 누적된 원료비 미수금 1조 8천억원 가량을 2년 안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가피한 요금 인상이지만 문제는 이 인상 시기가 미묘하게 정치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가스와 전기 요금 모두 2분기부터 인상할 예정이다. 2분기는 내년 4월에 시작된다. 하필이면 1분기의 마지막 달인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상이 다분히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동결 발표를 한지 일주일 만에 인상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부채질되고 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지 말라고 했지만 이번 결정은 국민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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