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스타벅스(SCK컴퍼니)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말 한마디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신세계그룹 불매 운동 타깃이 스타벅스로 향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정 부회장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불안한 표정은 여전하다.
스타벅스는 이마트의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지난해 이마트가 본업인 할인점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스타벅스 수익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내부에서 스타벅스를 향한 소비자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올린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멸공'이란 단어 대신 쓴 것으로 추정되는 'OO'이란 문구가 오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멸공'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단어가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불매운동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에선 '스타벅스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습니다'라며 불매운동 의사를 내비쳤다.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다. 정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 1999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별다방'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국내 커피 시장을 이끌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이콧 정용진' 1순위로 스타벅스를 꼽는 이유다.
신세계그룹 내부에서 스타벅스의 불매운동이 이마트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4분기부터 이마트의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면서 지위가 과거보다 높아져서다. 이마트는 지난해 7월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17.5% 추가 매입 이후 지분법이 아닌 실적을 온전히 품게 됐다. 결국 이마트의 전체적인 실적 향상까지 스타벅스가 좌우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실제 스타벅스의 실적은 월등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818억원이다. 이는 이마트(할인점 기준)의 영업이익 1543억원보다 275억원이나 많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움 속에서도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10.5%)를 기록했다. 이마트 할인점 영업이익률(1.7%)과 비교해 약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 부회장도 스타벅스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논란 잠재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보이콧 정용진' 게시물을 올렸다. 문구 역시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를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로 수정했다. 정 부회장 자신도 불매운동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타벅스가 최근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으로 촉발된 불매운동이 더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가격인상을 인건비와 원부자재 등 각종 비용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였던 소비자들이 멸공 논란으로 가격 인상까지 문제 삼는 분위기도 읽힌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불매운동은 그 이전 세대와는 강도와 지속성이 큰 차이를 보인다"며 "파장이 이대로 가라앉을 것인지, 더 확산할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정용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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