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법 감정과 사뭇 다른 법원 판결이 이어지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살인 등 흉악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극형을 원하지만 일선 법원들이 이에 못 미치는 형량을 선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전고법은 충남 당진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자매를 살해해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3)에게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의 범죄 경위를 접한 시민들은 흉악성, 범행 후 도주 당시 절도 범죄를 저질렀던 정황 등을 이유로 극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대전지법은 20개월 된 어린 의붓딸을 잔혹하게 폭행, 학대한 것도 모자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양모씨(29)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바 있다.
양씨에 대한 재판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양씨에게 사형을 선고해줄 것과 더불어 신상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신상공개를 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26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A씨와 양씨는 모두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의심됐거나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범 위험성도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에 검찰은 A씨와 양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들은 각각 상고와 항소를 포기한 모습을 보였다.
법원의 판단이 국민 법 감정과 온도차를 보이는 이유는 생명 박탈의 형을 선고하는 데 있어 다양한 결격 사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진 자매 살인사건을 심리한 대전고법 재판부는 "인간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이 사형"이라며 "수용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여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형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법관이 피고인을 영구히 격리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 국내 형사법 체계에서는 무기징역수가 20년 이상을 복역할 경우 가석방 등을 통해 출소가 가능한 실정이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형사법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은 채택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폐지된 상태로 볼 수 있지만 사형 선고가 생명을 박탈하는 선고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며 "영구히 격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를 이용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죄인을 영구히 격리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법을 악용하는 행위"라며 "미국 등의 사례를 보며 국민들이 흉악범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법상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선고된 가장 최근의 사형은 대구에서 전 여자친구 부모를 살해한 B씨가 2015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경우다.
[사진] 방송 캡처,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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