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은메달을 차지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메달 확정 후 울분을 터뜨리며 '은퇴'를 내비치는 말을 언급한 것에 이어 시상식에서 '손가락 욕'까지 선보여 논란이다.
지난 17일 트루소바는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177.13점을 획득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앞서 치러진 쇼트프로그램 점수와 합산한 합계 점수에서 최종 2위를 기록했다.
은메달이 확정되자 트루소바는 울분을 터트렸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경기 직후 "나 빼고 모두 금메달이 있다. 난 스케이팅이 싫다. 정말 싫다. 이 스포츠가 싫다. 나는 다시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 것이다. 절대. 이제 불가능하다. 그러니 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이후 트루소바는 간이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빙둔둔' 인형을 들며 '손가락 욕'을 보여 논란이 됐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트루소바는 "나는 3년 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나는 항상 목표를 향해 노력했다. 나는 항상 더 많은 쿼드(4회전)를 추가했다"며 "그러면 나는 우승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났다"고 밝혔다.
이어 "왜 울었냐"는 질문에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울었다", "3주 동안 엄마도 강아지도 없이 지냈다. 그래서 울었다"고 답했다.
한편 트루소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4회전 점프 4종(러츠, 플립, 살코, 토룹)을 공식적으로 성공시킨 여자 선수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니어세계선수권 이후 단 한 차례도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다만 트루소바 못지않게 러시아 피겨 코칭스태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이번 대회에서 몰락한 피겨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의 연기를 지켜본 소회를 전했는데 그는 18일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해 "TV로 발리예바의 경기를 보면서 오싹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발리예바는 이번 대회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 명이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ROC의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몇 달전 채취한 샘플에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게 알려져 비판의 중심에 섰다.
IOC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을 막기 위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가 이를 기각하면서 정상적으로 개인전까지 출전했다. 하지만 스스로 무너졌다. 발리예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잦은 점프 실수를 범하며 최종 4위에 머물렀다.
바흐 위원장은 "TV로 발리예바 경기를 보면서 심란했다. 얼마나 중압감이 컸을지 짐작이 갔다"면서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지만, 경기 도중 오는 중압감은 결코 무시 못한다. 15세 소녀로서 힘들었을 것이다. 차라리 퇴장하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가 끝난 후 발리예바를 둘러싼 코치진의 행동은 바흐 위원장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얼굴을 감싸쥐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링크를 벗어난 발리예바에게 다가온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는 "왜 더 싸우지 않았느냐"며 질책했다.
바흐 위원장은 "발리예바 측근이 그를 냉대하는 장면을 봤다. 소름 끼칠 정도였다. 쌀쌀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고 거리감도 느껴졌다. '어떻게 저렇게 선수에게 냉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발리예바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바흐 위원장은 금지 약물 복용 관련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성년자 혼자 독자적으로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항상 측근이 관련된 경우가 많다. 도핑 이슈는 늘 측근이 복용을 돕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발리예바가 도핑 양성 반응에도 개인전 출전이 가능했던 이유로 미성년자가 반도핑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올림픽 참가 연령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바흐 위원장은 "최소한의 참가 연령을 확립하는게 적절한지 협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화도 시작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반도핑 규정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이 있으려면 규정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연령 제한 도입에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사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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