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뮤지션 박재범이 출시한 증류식 소주 원소주가 연일 엄청난 인기를 달리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정식 출시된 원소주는 첫 날부터 '오픈런(영업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것)' 행렬이 이어지면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회사의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원소주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증류식 소주다. 이는 곡물에서 발효시킨 알콜 원액을 끓여서 순수 알콜만 뽑아낸 방식의 술. 우리가 흔히 접하는 희석식 소주와는 제조 방법이 다르다. 생산 기간도 더 오래 걸리고 원가도 비싸다. 그래서 이 원소주는 소주 중에서도 제법 고가인 한 병 14,900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없어서 팔지 못한다.
실제로 원소주는 정부의 주세법 상으로도 전통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통주가 MZ세대 등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소주는 전통주로 인정받고 기존의 다른 술들은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전통주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주세법을 따라야 한다. 주세법에는 세 가지 요건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가 지정한 장인(무형문화재 면허 보유자)이 술을 만들거나 정부가 지정한 식품 명인이 만든 술, 또는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이 세 가지 요건이다.
박재범의 원소주의 경우 마지막 요건을 충족했다. 박재범이 운영하는 주류회사 원스피리츠는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이다. 이들은 충청북도 충주에 양조장을 꾸려 인근에 있는 강원도 원주의 쌀로 원소주를 제조하고 있다. 회사법인이 원주에 있고 원주 쌀로만 술을 만들기 때문에 전통주 요건이 되는 것.
하지만 다른 술의 경우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막걸리를 비롯해 기업에서 만드는 '일품진로'와 같은 증류식 소주가 그렇다. 장인이나 명인, 지역 농민이 아니라 회사에서 만드는 술이기도 하고 이들이 술을 빚을 때 사용하는 쌀의 산지가 여러 지역에 걸쳐있다는 이유로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전통주로 인정받게 된다면 세금 혜택도 상당히 쏠쏠하다. 전통주로 분류가 될 경우 주세가 50% 감면된다. 그리고 온라인 판매도 허용된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주류의 통신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주에 한해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
주류 업계에서는 전통주에 대한 분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제조해도 전통주로 분류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에서 전통주에 대한 요건을 한 가지만 충족하면 되는 상황에서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엄살이라는 반박도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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