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자본시장의 거품이 빠르게 꺼지고 있다. 빚까지 내며 '풀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하락장에서 뼈아픈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한 때는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른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에 대한 기대감이 번졌지만, 지금은 자조적인 목소리만 가득하다. 코인, 국내주식, 해외주식 할 것 없이 자산가격이 모두 하락세다.
14일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4시20분 현재(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2.14% 하락한 2만233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로는 3000만원이 깨졌다. 오전에는 지난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만2000달러가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피는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25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올해 개인투자자 계좌 수익률은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일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가격은 4만8000달러에 달했던 연 초와 비교해서 52%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비트코인이 6만8000달러까지 올랐을 때 샀다면 수익률은 -66.9%다. 지난해 4891달러까지 올랐던 이더리움은 현재 75% 하락한 1222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코스피는 연 초보다 16% 넘게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을 보면 수익률은 더 처참하다. 삼성전자는 올해들어 20.8% 내렸고, 네이버, 카카오는 각각 33.3%, 31.9% 하락했다.
서학개미의 손실은 동학개미보다 더 뼈아프다. 나스닥은 고점 대비 31%가량 하락했는데, 이는 코로나19 당시(-28%)를 넘어선 조정이다. 금리 인상과 긴축 우려는 성장주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올해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테슬라는 38.8% 하락했고, 나스닥 3배 인버스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는 무려 72.2% 하락했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인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는 세 번째로 많이 매수한 종목인데 올해 수익률이 -77.1%다.
특히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는 지난해에만 82.9% 오르면서 서학개미 사이에서 '조금씩 사모으기'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던 종목이다. 유튜브에는 'QQQ로 노후 준비하기', 'QQQ로 10억 만들기' 등의 컨텐츠가 유행하면서 순매수 상위 종목을 꾸준히 유지해왔는데 지난해 연초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여러 리스크도 잠재되어 있다. 이날 암호화폐 폭락으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자 셀시우스는 투자자 인출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셀시우스는 약 17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 업체다.
전날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미국 주식 매수 주문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미국 현지 브로커인 LEK증권이 자금 유동성 부족 등의 이유로 서비스를 정지했기 때문이다. 두 증권사는 다른 브로커를 통해 서비스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인투자자 반대매매 물량도 증시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자금인 신용융자 잔고는 21조6392억원이다. 연초와 비교하면 7.2% 줄어든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연초와 비교하면 135%나 늘었다.
신용공여로 주식에 투자할 경우 유지해야 하는 담보비율이 있는데,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이 일정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증권사는 고객의 의사와 관계 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한다. 반대매매가 쏟아지면 주식시장에 더 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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