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의 정책화가 멀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제안 톱10' 투표를 통해 3개 안건의 정책화를 약속했지만 결국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국민 내부 편 가르기를 조장했다"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은 지난달 31일 '국민제안 톱10' 투표를 마감했다. 정부는 투표에 앞서 국민 호응도가 높은 3개 안건을 선정해 정책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감 결과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제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57만7415명)다. 투표에 전체 567만7628명이 참여했다.
뒤이어 9900원 K-교통패스(가칭) 도입(57만6719명)과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57만2664명)이 상위권에 올랐다.
소상공인 정책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최종 5위(56만6367명)에 오르며 정책화가 무산됐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은 소상공업자가 많이 분포하는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업종이나 지역 상황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다. 업종별 기업의 임금지불능력이 다른 만큼 이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산업계는 지난 2016년부터 최저임금이 42%가량 급격하게 오르며 사용자의 지불능력을 벗어났다고 주장하고 노동계는 최저임금제 도입 취지는 근로자의 생계 보장에 있기 때문에 지불능력을 고려한 차등적용은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의 정책화 좌절에 따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국민제안 톱10 투표를 두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인기투표로 결정하는 게 맞냐"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도 "투표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소공연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명분으로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정책을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정책 결정에 앞서 각 주체의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실을 외면한 일률적인 최저임금 체계는 고용도 없고 성장도 없는 상황을 가속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를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곧바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5% 오른 9620원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최저임금법 4조 1항에서 이미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제안 투표에 부칠 사안이 아니라 바로 시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결정을 인기투표에 붙이는 것은 정책결정자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볼 수 없다"며 "정부는 소상공인과 정책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민 경제의 중심인 소상공인의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이를 반영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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