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스페셜]이 세계적 갯벌인 순천만을 다룬 자연 다큐멘터리 ‘달의 정원, 순천만’을 2부작으로 방송한다.
9월 9일(월)과 16일(월) 양 일간에 걸쳐 방송될 ‘달의 정원, 순천만’은 생태 철학을 추구하는 자연 다큐멘터리다. 생태 철학은 인간 중심에서 생태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동안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자연을 인식의 주체로 끌어들여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묶는 세계관을 지향한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아왔는지에 주목한다. 자연이 인간 삶의 질을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생태 철학을 바탕으로 [MBC 다큐스페셜]이 주목한 순천만은 세계적인 갯벌이다. 순천만이 형성되고 생명체들이 넘치게 된 근원은 바로 ‘달’이다. 달은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내 육지가 쏟아내는 것들을 정화하고, 바다의 에너지를 전해주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을 밀고 당기며 낮과 밤의 풍요로운 생명활동을 지휘하고, 그 지휘에 맞추어 사람들의 일상도, 밥상도, 인생도 달라진다.
달은 갯벌에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갯벌은 생명체들에게 무엇이며, 그 생명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MBC 다큐스페셜]은 세계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순천만 갯벌과 갯벌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한 관계를 바라봤다.
순천만의 봄이 시작되면, 겨울동안 뻘 깊은 곳에서 잠을 자던 짱뚱어는 기지개를 켜고 뻘 밖으로 나온다. 뻘 위의 규조류를 먹고사는 짱뚱어는 피부로 공기호흡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한 물고기다. 6월이면 짱뚱어 수컷들은 자신의 몸길이보다 2배 높게 점프를 하여 암컷에게 자신을 알린다. 이때 짱뚱어를 잡기 위해 순천만 최고의 짱뚱어 사냥꾼 이인형 씨가 나선다. 순천만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른이 되어 객지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빈손으로 돌아온 고향에서 만난 것은 짱뚱어. 짱뚱어 사냥은 그의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숨막히는 대결이 순천만 갯벌 위에 펼쳐지지만 짱뚱어가 사랑을 나누는 동안에는 사냥꾼도 사냥을 멈춘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4백만 명이 찾는 순천만 갈대밭에는 붉은발말똥게가 산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일 정도로 귀한 이 게는 순천만 갈대밭이 국내 최대 서식지다. 해가 지면 이들은 대이동을 시작해 갈대를 기어오른다. 새로 돋아난 갈대잎을 먹기 위해서다. 알을 잔뜩 품은 붉은발말똥게는 정성스럽게 알을 보호하다가 달의 힘이 가장 크게 미치는 시기에 맞춰 알을 털어낸다. [MBC 다큐스페셜]은 국내 최초로 붉은발말똥게의 알털기를 공개한다.
여기에 물고기 게소갱에 대한 생태가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 게소갱은 부르는 곳에 따라 제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다. 대갱이라고도 하고 북재기라고도 한다. 뻘 속에 숨어 지내고 밤에만 주로 활동하는 탓에 이 물고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영화 ‘에일리언’의 괴물과 비슷하게 생겨 혐오감을 주지만 예전에는 일본에 수출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순천만의 진짜 신비로움은 하늘에서 보면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갈대들이 자라면서 형성된 둥근 모양의 써클, 그리고 천일사초가 모여 만들어진 원형. 모든 것이 보름달을 닮았다. 이처럼 순천만이 닮은 달은 지구를 가장 강력하게 끌어당기며 밀물과 썰물을 만들고, 들고나는 바닷물의 양과 들고나는 ‘시간’을 바꾸어간다. 갯벌에서는 작은 생명들도 정확히 그 시간을 안다. 짱뚱어처럼 공기 호흡을 하는 말뚝망둥어는 밀물이 밀려오면 항해를 시작한다. 정확히 바닷물을 거슬러 날아오르는 독특한 능력을 가졌다. 말뚝망둥어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몸 색깔이 노랗게 변한다. 갯벌에서 자신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놀라운 점프를 한다. 수컷의 존재를 알고 암컷이 가까이 접근하면 수컷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순천만의 갯벌 속에서만 생명이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2012년, 순천만에는 7백여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왔다. 10년 전 백 마리에서 7배가 늘었다. 전봇대를 없애고, 사람들의 간섭을 막았으며, 다친 흑두루미를 치료해 날려 보냈다. 인간이 생명공동체를 위해 한 노력 중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순천만은 새로운 생명 또한 품에 안았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는 순천만의 신비로움을 담기 위해 [MBC 다큐스페셜]은 첨단 장비를 동원해 특수 촬영을 진행했다. 평면적인 갯벌에 새로운 시각을 담기 위해 연출자가 직접 조종하고 촬영한 90일의 항공촬영 데이터를 모았다. 이를 위해 연출자는 6개월간 조종 훈련을 받았고, 2년여의 제작 기간 동안 3대의 무인항공촬영 기체가 추락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HDR(High Dynamic Range) 촬영을 도입했다. HDR 촬영 기법은 동시에 서로 노출을 달리한 5장의 스틸을 찍어 연결하는 방식으로, 10초의 영상을 만드는 데 1500여장의 스틸을 찍어내기 때문에 어두운 밤의 항구도 조명 없이 구석구석을 독특한 색채로 표현해 낼 수 있다.
여기에 갯벌 생명체의 빠른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담기 위해 1초에 120~350 프레임까지 찍어내는 카메라 에픽(Epic-x)을 이용해 촬영을 진행했다. 제작기간 동안 무려 20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분량을 촬영해 순천만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의 모습을 빠짐없이 담았다. 거기에 여러 대의 DSLR을 동원해 3TB 분량의 데이터를 촬영하며 밀물, 썰물, 날씨 변화, 계절 변화, 갈대 성장 등 시간 경과에 따른 순천만 대자연의 변화를 기록했다.
2년이라는 긴 제작기간과 방대한 촬영 기록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갯벌 순천만의 이야기를 담은 [MBC 다큐스페셜] ‘달의 정원, 순천만’은 오는 9월 9일(월) 밤 11시 20분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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