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뛰어난 정신력과 투혼을 발휘해 승리를 거둘 때 많은 사람들이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하며 주목한다. 2002년의 대한민국이 그랬듯이 말이다.
사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8회 연속 본선에 진출하며 사람들에게 월드컵 본선은 당연한 것이 된듯 하지만 지구 상의 많은 나라들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무리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월드컵 본선 진출은 쉽지 않다. 가레스 베일의 웨일즈가 그랬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스웨덴이 그랬다. 호날두라는 슈퍼스타를 보유한 포르투갈도 혈전 끝에 겨우 브라질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영상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던 뉴질랜드의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첫 본선 진출의 감격을 누렸던 뉴질랜드는 다음 월드컵에 출전하기까지 28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오세아니아 1위를 차지해 본선행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쥔 뉴질랜드는 아시아 플레이오프 승자 바레인을 맞아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감격의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뉴질랜드에서 축구는 ‘마이너 스포츠’에 가깝다.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럭비와 크리켓. 뉴질랜드의 축구 선수들은 자국에 프로 리그가 없어 다른 국가의 프로 리그로 진출하거나,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해야 했다. 그만큼 열악한 상황 속에서 얻어낸 월드컵 본선 티켓은 감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본선 조별예선에서 만난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유럽의 다크호스 슬로바키아, 우승 후보 이탈리아,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뉴질랜드를 그저 ‘승점 자판기’로만 바라봤다. 28년 전에도 전패로 마무리했던 것처럼 2010년에도 승점 1점 얻는 것 조차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막상 월드컵이 시작되자, 반전이 일어났다. 슬로바키아와의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더니, 이탈리아전에서도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것.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뉴질랜드 선수들의 투혼은 승리를 거두지 못해도 뉴질랜드 국민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결국 뉴질랜드는 조별예선 최종전인 파라과이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3무로 짧지만 감격스러웠던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해야 했다. 비록 16강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뉴질랜드는 남아공 월드컵 유일의 무패팀이라는 역사를 썼다.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모습에 뉴질랜드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단 3경기를 뛰었지만, 이는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뉴질랜드는 월드컵에서 받은 상금 90억원으로 그토록 염원하던 자국의 프로리그를 창설하는데 성공했다. 럭비와 크리켓에 밀리던 설움을 조금이나마 달랜 것. 한 나라의 축구는 자국의 프로리그 발전과 비례한다는 점에서 뉴질랜드의 프로리그 창설은 그들의 역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할듯 하다.
아쉽게도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뉴질랜드를 볼 수 없다. 오세아니아 1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북중미 강호 멕시코를 맞아 패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것. 하지만, 4년 전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감동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왜 월드컵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대회인지, 스포츠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한 감동을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을듯 하다. 한 번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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