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사망 소식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의 직접적인 사인이 무엇이든, 그 사인에 이르게 한 동기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우리 시대에 '마왕'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수 있었던 단 한 명의 남자, 신해철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는 단순한 대중가수가 아니었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했던 위대한 아티스트이자,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언변을 쏟아냈던 뛰어난 논객이었고 시대와 호흡했던 아름다운 지식인이었다.
그는 데뷔 때부터 남다른 면이 있었다. 유행과 스타일에 강렬한 집착을 보이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솔직했다. 그래서 그의 과도한 스타일은 곧잘 조롱의 대상이 되곤했지만, 그의 노랫말만은 오래도록 대중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명곡이 됐다.
라디오 디제이를 거치면서 그는 세상을 향해 말을 시작했고 그의 말들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벗어나 날카로운 논리의 힘을 타고 사회로 돌진했다. 그의 말은 공허하지 않았고 현실을 관통했다. 그에게 '마왕'이라는 애칭 또는 존칭이 붙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그는 사회 현실에 항상 눈떠 있었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했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한 여인과 결혼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그를 지원했다.
그는 주변에 눈치 보지 않고 올곧이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간 진정한 '남자'였다. 그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세상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강렬한 존재의 카리스마를 갖추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삶을 채웠다.
그는 항상 우리에게 무언가를 자극해왔던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의 삶은 공허하지 않았다.
음악가로서, 논객으로서, 지식인으로서, 남자로서 살았던 유일한 신해철은 이제 없다. 그가 남긴 음악만이 남아있다.
그가 없는 첫 날 밤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들으며 그의 마지막을 추모한다.
-오펀의 모든 사람들은 신해철의 사망을 애도하며 그의 삶을 추모합니다. 영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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