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 동안 520만원 잃었습니다. 그래도 손절은 아직입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씨(27)가 지난 19~25일 사이에 받아든 암호화폐 투자 손실은 -38%. 평가손익은 -520만원이다. 20대 직장인 평균 소득(221만원)의 두배가 훌쩍 넘는 금액. 암호화폐 투자를 그만두겠냐는 질문에 최모씨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8000만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이 5000만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가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내면서 전반적인 시세가 하락한 가운데 국내에선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우려' 발언까지 겹친 영향이다.
다만 뉴스1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엔진' 역햘을 하고 있는 2030세대는 여전히 암호화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유일한 '원금 회복 수단'이라는 이유에서다.
◇ "광풍 식지 않을 것"…2030 강한 '믿음'
비트코인과 함께 암호화폐 양대 산맥을 이루는 이더리움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지난 16일 32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23일엔 23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바이낸스 코인 △리플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도 일제히 10~20% 하락했다.
수백만원대 손실을 본 알트코인 투자자 이모씨(29)는 '버티기'를 선언했다. 이씨는 "떨어진 금액 그대로 가지고 있다. 암호화폐 광풍은 쉽게 식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식더라도 머지않아 3차 광풍이 불어올 것이다. 내가 원금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고 말했다.
믿음의 근거도 있었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광풍과, 2021년 광풍은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2017년은 '보이지 않는' 화폐였다면, 지금은 '보이는 화폐'라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3월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는 비트코인 차량 결제를 시작했다. 스타벅스도 디지털 지갑 앱 '백트'와 제휴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결제를 받고 있다. 한국과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관련 사업이 이미 제도권 내로 진입하고 있다.

◇ "기회 뺏지 마라"…정부 향해 거센 '반발'
암호화폐를 지키기 위한 2030세대의 반발도 거세다. 25일 오전 암호화폐 투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일 만에 11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 답변 기준은 30일 내 20만명이다.
자신을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 소개한 청원인은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쉽게 자산을 축적해 왔다"면서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는 암호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선진국들은 이 시장(암호화폐)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 본다"며 "정부의 이런 뒤처진 판단으로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 암호화폐, 폭락 계속될까?
가상화폐 낙관론자라 불리는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1일 CNBC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개당 2만∼3만 달러(2200만~3353만원)로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단기적 조정이 장기적으로는 황소장을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개당 40만∼60만 달러(4억4700만원~6억7050만원)까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광풍은 지속된다는 말이다.
국내 한 투자업계 관계자도 "암호화폐 광풍이 쉽게 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됐다"면서도 "다만 그 미래 시점에 대해선 아무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