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게 공무원이라고, 무슨 일만 생기만 여론잠재우기식용으로 내세우는게 '공무원 통제'다. 회식은 이미 안한지 오래다. 정말 빈정 상한다."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회식·모임을 금지한데 대한 공직사회 구성원들의 반감이 만만치 않다.

이 같은 공직사회 내 반감은 실제 회식을 못한데 대한 불만이 아니라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공무원을 재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아울러 '업무 필요성에 따라 식사는 허용한다'는 등 모호한 허용 기준 탓에 혼란도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뉴스1이 전국 지자체 공무원 등을 상대로 '회식 금지령'에 대한 거부 반응을 취합한 결론이다. 물론 감염병 상황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자중하고 솔선수범해야한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대전시청 7급 공무원 A씨(35)는 "공직자들에 대한 통제는 상징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일선에서는 사실상 '만만한게 공무원'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방역실패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관공서 상권에도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며 “내달 공휴일이 많은데, 고작 1주로 끝날 지도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대전지역 자치구 8급 공무원 B씨(33)는 "지난번에는 감염되면 징계하겠다고 겁을 주더니, 이제는 개인 사생활까지 침범하려 한다"며 "소속 부서원들과는 식사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규정에 일관성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전시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북 임실군 공무원 C씨(29)는 "공무원이 문제의 원인이 아닌데 왜 공무원만 제한하는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높은사람들 보기에만 좋지 실제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다. 공적인 일 뿐 아니라 아예 사적인 모임까지 자제하라는 것은 정도가 심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광주의 주민센터 직원 D씨(52)도 "'공무원이 봉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내부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미 '공무원은 코로나 걸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모임을 자제해오고 있었는데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기북부의 한 지자체 직원은 "부동산 관련 규제에 이어 식사금지령까지 주먹구구식으로 공무원들을 본보기 삼는 정책을 펼치는 것 같다"면서 "점점 더 공무원 문화가 통제와 제재와 일변도로 획일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문성호 원주시 공무원노조 사무국장은 "정부의 이번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회식금지 조치는 일반 근로자와 차별을 두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고, 졸속적인 핀셋 정책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며 "코로나 방역 일선에서 노력하는 공무원들이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시민들의 시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기진작은 등한시하면서 사기저하만 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반감'도 많았지만 '공무원이기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공감 의견도 있었다.
울산지역의 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은 "지금처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방역 주체로서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후부터는 공무원들이 스스로 더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 공무원도 "정부의 방역수칙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되다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대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공무원으로서 모범을 다해 정부의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한 자치구 공무원은 "직업 특수성에 대해 부서원들이 인지를 하고, 감염되지 않게끔 조심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회식하면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면도 분명히 있을텐데 그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제주도의 한 9급 공무원은 "식당과 짜고 방에서 몰래 회식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월에도 경찰 6명이 다같이 회식을 하다 동료 경찰한테 적발되지 않았느냐"며 "공무원에 대한 강화된 조치가 오히려 약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임기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은 "개인적으로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그 취지를 이해하고 있어 반발은 없다"며 "상황이 상황인 만큼 공무원으로서 국가 방역 지침에 따라야 하는 것은 사실 기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가족 간 화목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사례도 있었다.
부산 동래구 한 공무원은 "부서별로 차이는 있지만 우리 부서는 회식비로 치킨 기프트콘을 구매해서 직원 별로 나눠줬다"며 "각자 집에서 치킨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공유하곤 하는데 색다르기도 하고 즐거운 문화로 자리 잡은 거 같다"고 웃었다.
그는 "요즘에는 남의 집에 놀러가는 일도 예전처럼 없는데 직원들 자녀 얼굴도 보고 어떻게 해놓고 사는 지도 볼 수 있어서 좋은 거 같다"며 "우리 부서에서 시작해서 다른 부서에서도 비슷하게 하고 있는 걸로 들었다"고 전했다.
또 "남자 간부급 직원들도 회식이 금지됐다고 해서 불만은 없는 거 같다"며 "오히려 여가 시간 활용해서 운동을 하거나 가족들하고 시간 보내는 걸 즐기는 추세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경찰공무원도 "공직자로서 조금만 더 노력하고 주의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며 "오히려 가족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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