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떡상'하면 투자자들은 환호한다. 투자자 대부분 20~30대다. 그러나 조재영 수사관(38)은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 마냥 좋은 일이 아니다"고 우려한다. 사이버 범죄 세력이 '먹잇감'을 노리기 때문이다.
"(지난 달 13일)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원까지 넘었다. 이처럼 가격이 급상승하면 암호화폐를 겨냥한 해킹 등 관련 범죄가 증가한다. 나이 드신 분은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의 범행 대상이 되고 20~30대 젊은 층은 다크웹에서 유통되는 성 착취물이나 마약을 거래하는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해 우려가 높다."

조 수사관은 24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1층 커피숍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에서 파생된 범죄가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범죄수사과 사이버테러수사1대 소속이다.
◇암호화폐가 '범죄수익금'으로
조 수사관의 말을 종합하면 암호화폐 관련 주요 범죄 유형은 △인터넷 중고상품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암호화폐로 판매대금을 지불하라고 한 뒤 물건을 안 주고 잠적하는 것(사기)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자금을 탈취하는 것(해킹) △있지도 않은 암호화폐 코인이 새로 생겼다며 투자 시 수 배를 불려주겠다고 속여 자금을 가로채는 것(유사수신) 등이다.
아주 심각한 범죄가 하나 더 있다. 암호화폐를 범죄수익금으로 활용하는 사이버 범죄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했던 손정우(25) 사건처럼 다크웹에서 암호화폐를 받으며 성 착취물을 판매하는 범죄가 대표적이다.
손정우 검거에 큰 공을 세운 조 수사관은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30회 유엔 범죄예방 및 형사사법위원회' 정기회의에 경찰청을 대표해 온라인으로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암호화폐 관련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을 발표했다.
경찰은 범행 흔적을 좇아 범인을 잡으려 하고, 범인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자 범행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암호화폐의 흔적은 잘 남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사이버 범죄 수사에 조 수사관 같은 전문가들이 투입되는 이유다.
조 수사관은 "현금으로 거래하면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관련 범죄자를 사실상 100% 잡을 수 있지만 암호화폐로 거래할 경우 데이터 분석은 물론 암호화폐 추적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추적 과정을 '막 일'에 비유하기도 했다.
"추적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지만 거래 금액 등 자금 흐름을 수사관이 일일이 확인해야 할 때가 많다. 큰 사건이 터지면 집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웃음). 그렇지만 오랜 기간 추적하고 현장에서 증거 자료를 확보해 마침내 범인을 검거하면 희열감이 엄청나다. 말 그대로 '짜릿'하다."
◇암호화폐 광풍…"국가 간 공조 필요"
암호화폐 열풍이 전 세계에서 불면서 사이버 범죄도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 간 공조, 또는 국가 기관과 기업 간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게 조 수사관의 말이다.
"모든 국가와 민간 기업이 하나 돼 정보를 제공해야 암호화폐 관련 범죄 단서를 풀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유로폴·인터폴 등 다른 국가의 수사기관과도 잘 공조해야 한다. 특정 나라에 공조 수사를 요청하면 그 나라에서 잘 협조해야 관련 수사 내용을 공유할 수 있어 수사에 도움이 된다. 수사기관 뿐 아니라 암호화폐 관련 민간기업의 협조도 중요하다."
그의 경찰 경력은 만 7년 9개월에 불과하지만 조 수사관은 경찰 내 손 꼽히는 사이버 범죄 전문가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2013년까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스팸 문자 규제 업무를 하다가 그해 경찰청 사이버수사 경력직 특별채용을 통해 수사관으로 임용됐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아무리 노력하는 자라도 즐기는 자를 당하지 못한다는 옛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수사는 조 수사관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2015년 암호화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암호화폐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관련 범죄를 검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세미나가 열리면 사비를 내고 참석해 암호화폐를 공부했다. 거래소 직원들들 직접 만나 취재도 했다."
조 수사관은 "경찰된 것을 후회한 적 있느냐"는 말에 "지금 하는 일이 재밌다"며 "후회가 아닌 만족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 뉴스1,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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