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드디어 국민들 앞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정치인 윤석열'로서의 첫 발을 뗐다.
정치 참여 선언도 안한 상태에서 이미 상당 기간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통령 적합도 1위를 달려 왔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특히 그동안 국민들에게 자신의 역량과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준 적 없는 그가 국가를 이끌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정치력을 유권자들에게 선보이는 게 가장 큰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을 이 자리에까지 오게 한 정치적 자산은 현재까지 '반문'(反文)이 전부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임을 받아 검찰총장 자리까지 오르고서도 청와대에까지 수사의 칼을 겨누며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로 '공정과 정의', '소신' 이미지를 입었다.
하지만 권력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사실이 국가 지도자의 역량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견제구도 대부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2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조인들은 평생 과거에 매달려 온 분들"이라며 "나라의 기둥은 경제와 안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 경험 부족'을 가리켜 "대통령 직무는 날치기 공부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거나 "나라를 통치하는 데 검찰 수사는 1%도 안 된다. 나머지 99%는 검찰 수사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산은 '검사 윤석열'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4개월 가까이 길었던 잠행기 동안 경제·외교·사회·노동 등 각 분야에서 '대선 예비수업'을 받았다고 홍보해 온 만큼 기대한 만큼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국가 지도자 윤석열'을 향한 의구심은 순식간에 확산할 수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설득이 잘 안 되고 있는 부분은 3월에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다음에 지금까지 뭘 했느냐"라며 "공부를 했다고 하면 그 결과가 있어야 하고, 그가 왜 검찰을 그만두고 이 길을 걷는지가 설득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양한 국정운영 분야에 대한 식견과 정책 말고도 근본적으로 윤 전 총장이 검사 시절 보여준 리더십이 그가 내세우는 민주주의와 법치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도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다양성의 확보와 토론·설득을 통한 타협 등으로, 이는 현재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평생을 검사로 재직하며 수직적 조직구조 속에서 적들을 향해 직진하며 '칼'을 휘둘러 온 윤 전 총장의 리더십은 현정부 들어 정권 심장부를 겨누는 대담함으로 '정의'의 아이콘이 됐지만, 그런 리더십이 그대로 '정치인 윤석열'로 이전되는 것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준한 교수는 "국민을 이끌고, 반대자들을 조율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을 조화롭게 정리할 리더십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정치적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서 얼만큼 유능함을 보이느냐,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이 어느 정도 되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정책은 인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X파일' 대응도 그의 정치력과 역량을 가늠해 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윤 전 총장 본인 및 아내·장모를 향해 제기되는 의혹들을 어떻게 소명하고, 검증 공세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이 문제에서 윤 전 총장은 아직까지 다소 고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에는 "내 갈 길만 가겠다"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가, 이후 X파일의 내용이 가볍지 않다는 야권 인사의 폭로가 나오자 입장을 바꿔 "정치공작이자 불법사찰"이라고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은 아직까지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숙고하고 있는 상태여서 X파일 공세에 대해 캠프 자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이 입당 문제를 두고 기존 정치권과 어떻게 소통과 조율을 해가며 잡음이나 큰 상처 없이 '정권교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유능한 캠프를 구성하는 것도 숙제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초반에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메시지 실수가 노출되며 한 차례 '해프닝'을 빚었다. 출마 선언일인 이날도 페이스북 계정을 공개했다가 "베타 테스트 중"이라며 다시 닫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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