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노무현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당시 금리나 외국발 위기 같은 각종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정책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29일 부동산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2041만원에서 3806만원으로 4년간 86.5%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노무현 정부의 첫 4년간 서울 아파트 값도 3.3㎡당 1045만원에서 1824만원으로 74.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명박 정부(1857만→1808만원)와 박근혜 정부(1681만→1993만원)의 4년간 상승률은 각각 -2.64%, 18.6%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투기 수요를 잡아 집값 안정을 도모하려는 진보 정권에서 부동산 상승률이 더 높았던 셈인데 여기에는 당시 각종 경제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이슈가 있어 거시적 경제환경이 좋지 않았다"며 "부동산 자산 선호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가격이 안정적이었다"고 했다.
반면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 '부동산 안정'이 세계적 이슈가 됐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코로나19로 재정 투입도 활발했던 만큼 유동성이 풀린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시중에 자금이 풀릴수록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가치가 오르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는 상대적으로 금리는 높은데 소득 수준은 높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뿐 아니라 높아진 소득 수준 역시 부동산 가격에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정책적 요인도 부동산 가격 급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장 상황에 맞게 공급을 확장하고 수요를 분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승현 대표는 "매매 주택이 공급되면서 동시에 임대주택도 매물로 나와야 하는데 시장에서 주택 공급이 다양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매물 부족으로 시장에서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급 확대로 전환하기 전까지 주택 공급을 제한하고 임대차 2법 등으로 임대 매물도 줄였던 것이 원인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 형성에는 실질적 공급 뿐만 아니라 공급에 대한 기대도 중요하다"며 "임대차 법이나 세금 이슈 등 기대가 형성되기 어려운 정책 때문에 가격 급등 요인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임대주택이나 공공주택을 늘리거나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거나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을 가도록 교통 인프라를 늘리는 등 정책적으로 분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장 심리에 맞춰 공급을 확장하거나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교수는 "임대주택이나 공공주택을 늘리고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교통 인프라 투자로 수요를 지역별로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대표는 "기존 주택이 신규 주택보다 저렴한 만큼 재고 주택 안에서 공급이 일어나야 한다"며 거래세 인하 같은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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