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음압병동에 홀로 격리된 할머니와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화투로 그림을 맞추는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에 코로나로 지친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고 있다.
화제의 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음압병동에 격리된 할머니와 방호복으로 무장한 간호사가 화투로 그림을 맞추는 모습이 담겨 있다.
3일 대한간호협회는 이 사진에 대해 "올해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에 출품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울시 동대문구 소재 삼육서울병원 음압병상에 코로나19에 확진된 박모(93) 할머니가 입원했다. 요양원에서 감염된 이 할머니는 중등도 치매 환자였는데, 고열로 기운이 뚝 떨어진 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음압병동에 배치된 10여 명의 간호사들은 할머니가 병실 침대를 꺼리고 낙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병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고령인 할머니는 격리병실에서 적적해하고 힘들어 했다.
이때 재활치료 간호 경험이 있던 양소연(33) 간호사가 치매 환자용 그림 치료를 제안했다. 화투를 이용한 꽃그림 맞추기와 색연필로 색칠하기 였다.
양 간호사는 "치매에 보호자도 없이 홀로 병실에 계시는 게 너무 위험해 보였고, 입원 이튿날부터 놀이 시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진 속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이수련 간호사다. 이 간호사는 "격리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밖에 없다"며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그림 그리는 내내 졸기도 했지만, 이 간호사 등 10여 명은 돌아가면서 그림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간호사는 "감염될까 두렵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을 안심하게 배려하고, 잘 치료받고 퇴원하시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식사 챙기기부터 기저귀 갈아주기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들은 할머니가 완치되기를 바라며 정성을 다했다.
다행히 증상이 호전된 할머니는 입원 보름 뒤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이 간호사는 "입원 환자 중 3명이 사망했다.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유리창 너머로 가족들과 이별하는 광경이 코로나 병동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숨쉬기 힘들고 땀이 비 오듯 하는데도 환자를 정성껏 위로하고 돌보는 광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호사의 모습"이라며 "코로나에 지친 모든 국민들에게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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