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고립됐어! 별풍선 10009개 감사합니다"
올해 우리나라에 상륙한 첫번째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영남권 지역의 건물 침수, 도로 유실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아프리카TV BJ들의 '태풍 생중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인해 경북 경산에서 81세 남성 한 명이 실종됐다. 경북 포항과 청송, 경남 통영 등에서는 11세대 2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경북 포항시 국도 31호선은 도로 일부가 유실돼 차량 통행이 전면 차단되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
문제는 일부 인터넷방송 BJ들이 재난 상황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데 있다. 지난 24일 1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한 BJ는 '울산 태화강 범람 현장 생중계'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BJ는 "사람이 누우면 온몸이 잠길 정도다"며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도로 위에 직접 눕는가 하면, 침수된 도로를 무리하게 건넌 이후 "나! 고립됐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장면을 본 시청자가 별풍선(후원금)을 쏘자 "형님! 별풍선 10009개 감사합니다"고 반색했다.
BJ의 자극적인 라이브 방송에 시청자는 단시간에 1400명까지 늘어났다. 이들은 침수 피해를 본 수재민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BJ는 "전국의 1400명이 보고 있는 방송이다. 똑똑하신 분들이 많이 보시니 현장을 촬영하겠다"며 수재민이 침수 현장을 정리하는 장면을 송출했다.
영상을 촬영하는 과정에선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들은 신호등, 가로등과 같은 전기시설이 있는 침수된 도로를 안전 장비를 없이 활보했다. "침수 도로를 걸으면 감전 위험이 있다"는 시청자들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인터넷 방송계에서 나타난 '태풍 생중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태풍 '바비'와 '마이삭' 등이 한국에 상륙할 당시 인터넷 방송 BJ와 유튜버들 사이에서 '태풍 체험'은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이들은 일체의 안전 장비 없이 해변가와 침수 도로를 찾아가 태풍 상황을 생중계했으며, 한 BJ는 태풍 속에서 샤워를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문가들은 태풍 생중계 콘텐츠의 '안전성'과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콘텐츠의 정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도로 아래에는 신호등, 가로등을 작동시키기 위한 전기 시설이 갖춰져 있어 침수된 도로를 안전장비 없이 걷는 건 감전의 위험이 있다"며 "소방대는 침수 도로를 걷기 전 전류가 흐르는지 확인하고, 절연 장화를 신고 정비 작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청자가 늘어날수록 쾌감을 느끼고, 자신이 굉장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며 "해당 영상을 본 아이들이 무작정 따라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1인 방송 콘텐츠의 정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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