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선후보 2차 예비경선(컷오프)에 통과하며 본경선에 안착했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좌천됐다가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수사 일선에 복귀한 후 문재인 정부에서 파격승진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까지 '화려한 등판'을 했던 윤 후보가 지난 6월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 101일 만이다.

현 정부 검찰총장을 사퇴한 후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뒤 야당에 입당한 것만으로도 사상 초유의 일이었고, 검사 시절 우여곡절을 겪어 화제의 인물이었던데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상징성에 야권의 유력한 후보로 연일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화제'를 넘어 '실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아가 무속 논란에 유승민 후보와 '삿대질' 진실공방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덩치 큰 정치 초년생' 윤 후보의 '실언'은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대두됐다.
윤 전 총장은 전날(8일)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의 결과 발표 후 SNS에 "지난 100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긴 100일이었다"며 "모든 것이 낯선 정치권의 문법에 적응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것을 고백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가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후보와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서는 만큼 리스크 관리로 '1일1실언'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 120시간·부정식품·코로나 민란·건강한 페미니즘·후쿠시마 원전 발언
처음 논란이 된 발언은 지난 7월19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여권에서는 "시대착오적 노동관"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윤 후보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노사간 합의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를 변경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먹으면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라는 발언이 문제가 되자, 윤 후보는 "그런 기준을 갖고 행정단속을 하고, 나아가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과도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장 암에 걸려 죽을 사람들은 신약이 나오면 3상 실험 전에도 내가 쓰겠다 하면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다음날인 7월20일 대구에 방문해서도 실언이 계속됐다. "(중국) 우한 봉쇄처럼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철없는 '미친 소리'가 나와 시민의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는 발언과 "코로나19가 초기 확산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을 폄훼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
8월2일에는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강연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게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선거에 유리하고 집권을 연장하는 데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여당의 비판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은 8월3일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예시를 들어가면서 설명을 조금 자세하게 하다 보니까 (발언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도 있었던 거 같다"고 처음으로 자세를 낮췄으나 여권에 공격 거리를 제공한다는 당내 우려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다음날인 8월4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한 것이 알려졌다.
캠프는 "후보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고 해명했으나, 실언 논란이 계속되자 캠프 내에서는 레드팀을 구성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이는 윤 후보의 반대로 무산됐고, 즉석 발언을 자제하는 방향을 세웠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주택청약통장 모르면 치매환자"
대권주자로서 '즉석 발언 자제'는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었다.
윤 후보는 지난달 8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첫 공개 해명 자리에서 "정치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서 메이저 언론을 통해, 면책특권에 숨지 말고 제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메이저 언론이란 표현이 적절한가'란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제보자가) 자신 있다면 처음부터 독자도 많은 KBS·MBC에서 바로 시작하든지 아니면 (사건이) 진행되는 걸 더 보든지 해야 한다"고 말해 '매체 차별' 비판을 받았다.
9월13일에는 안동대학교 청년 일자리 간담회에서 "손발로 노동을 해서 되는 거 하나도 없다. 그건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 "인문학이라는 건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하며 병행해도 되는 것이며 많은 학생들이 대학 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다" 등 육체노동 폄하·아프리카 대륙 비하·인문학 천시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양질의 일자리는 기술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며 "대학생들이 첨단과학, 컴퓨터에 관심 갖고 역량을 갖추는 게 좋지 않겠냐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2차 경선 토론에서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해 '객관적인 현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았다.
그는 이를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해명하며 "주택청약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환자"라고 말했다가 치매환자를 비하했다는 비판에 봉착했다. 윤 후보 측은 "경위야 어떻든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윤 후보의 뜻을 전달했다.
또 같은 달 26일 3차 토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내놓은 반응과 관련 "알지 못한다"고 답해 '준비부족' 지적도 나왔다.
◇손바닥 王자에 '무속 프레임'…위장당원 발언·항문침 전문가 논란까지
2차 컷오프를 앞두고도 윤 후보의 '실언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 1일 5차 토론회에서는 윤 후보가 손바닥에 '왕(王)자'를 쓴 것이 포착됐고, 앞선 3·4차 토론회에도 이 글자가 적혀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선 경선에 무속인까지 개입했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캠프 측이 이에 대해 "주로 손가락 위주로 씻으신 것 같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4일에는 부산에서 "민주당 정권이 우리 당 경선에까지 마수(魔手)를 뻗치고 있다. 위장 당원들이 엄청 가입했다"고 말해 '당원 모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발언 의도를 왜곡하며 공격해 반사이익을 누리려 한다"고 반박했다.
다음날인 5일 6차 토론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윤 후보와 가족이 역술인이나 무속인을 자주 만나냐'는 물음에 "아무래도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점도 보러 다니는 분도 있고 하지만"이라고 말해 여권으로부터 "'1일1망언' 세계 신기록을 세울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유 후보가 '항문침 전문가'를 거론하며 질의를 하자, 토론 직후 윤 후보가 유 후보 면전에 삿대질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유 후보가 악수하던 손을 뿌리쳤다며 진실공방이 나왔다.
오는 본경선에서 각종 실언 논란에서 '무속 프레임'까지 윤 후보가 일련의 리스크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후보는 "최종 후보 결정을 한 달 앞둔 지금 저 자신부터 성찰의 자세를 갖겠다"며 "돌이켜보면 미숙한 점도 많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많은 국민과 지지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크고 작은 실수들은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과 미숙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뉴스1 제공,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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