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지며 50%를 훌쩍 넘은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권력 교체론'을 내걸면서 정권교체 여론을 수렴에 나서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반문(反문재인) 세력이 결집하고 있고, 이런 차별화가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이 후보가 '정권교체'-'정권 재창출' 담론에서 벗어나 특유의 강점인 추진력을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 성격을 묻는 말에 '정권교체'는 응답이 53.6%, '정권 재창출'은 37.0%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은 꾸준히 상승 추세다. 지난 7월 조사에서는 '정권교체'가 48.4%로, '정권 재창출'(44.5%)을 3.9%포인트(p)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격차가 16.6%p까지 벌어졌다.
정권교체 여론의 상승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윤 후보 지지율은 43.0%로 지난주(32.4%)보다 10.6% 상승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3.2%에서 31.2%로 떨어졌다.
다른 조사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권교체론은 57%로 지난달 조사보다 5%p 상승했고, '정권 재창출'은 35%에서 33%로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와 민주당의 '권력 교체론'은 여론을 정확하게 읽은 대처인 셈이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부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정권교체라는 주장을 해왔고, 이 후보도 새 정부의 이름을 '4기 민주정부'가 아닌 '이재명 정부'로 하겠다며 '권력 교체'를 내세웠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청년이 희망을 잃은 데에는 민주당과 집권 세력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완전히 새 정당이 돼 가는구나, 국민의 삶을 보듬는 정당으로 거듭나겠구나' 기대를 하도록 정책·제도 보완을 해주길 당부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2030 지지층이 여권에 등돌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부와 여당의 문제를 꼽은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효과는 물음표가 붙는다. KSOI 조사에서 이 후보의 당선이 정권교체인지, 재창출인지 묻자 60.3%는 '정권 재창출'이라고 응답했고, '정권교체' 응답은 22.3%에 그쳤다.
특히 '반문'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면서 이 후보의 '정권교체론'은 힘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선출 후 수락 연설에서부터 "이번 대선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선거"라며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법치 유린이 계속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 민주당의 일탈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후보가 비록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과·비판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부가 반대하는 정책을 제안하더라도, 민주당 후보인 이상 윤석열 후보처럼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후보의 '차별화' 노선이 기존 민주당 지지층인 '집토끼' 결집의 장애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당원들을 중심으로 '후보교체' 목소리가 여전하고, 실제 이 후보의 지지율 31.2%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39.5%에 미치지 못한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후보가 '정권교체'와 '정권 재창출' 담론에서 벗어나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엄 교수는 "정권교체 여론이 높고, 이 후보의 호감도나 지지도는 떨어지는 상황에서 장점인 추진력을 부각시키는 수밖에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 국민의힘을 떠나는 2030 세대를 지지하게 만드는 것이 승리할 유일한 길인 것 같다"며 "요소수 사태나 신종 코로나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부동산 정책 등에서 실행력·추진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