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 유류세 내렸다고 해서 왔어요."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 시행 첫날인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셀프주유소에는 오랜만에 싼값에 기름을 넣으려 몰린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유소에 있는 3대의 주유대 옆으로는 차들이 줄지어 섰으며, 직원이 돌아다니며 운전자들의 빠른 주유를 돕고 있었다.
주유소 앞 걸린 유가정보 현황판에는 '휘발유 1629원, 경유 145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SUV 운전자인 50대 김진명씨(가명)는 "(유류세 인하) 뉴스를 보고 왔다"며 "네이버 지도에 최저가 주유소가 뜨는데, 이 주유소가 가까워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주유를 하러 온 차들이 늘어나면서 2차선인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하기도 했다. 차 11대가 주유를 위해 줄을 서면서 "차를 빼달라"며 경적을 울리고, 주유소와 연결된 인도를 오가는 시민들과 차가 부딪힐 뻔한 상황도 연출됐다.
주유소 직원인 60대 박명훈씨(가명)는 "손님이 1.5배에서 2배 정도 늘었다"라며 "유류세 인하한대서 사람이 많아질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몰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근 시간 때부터 차가 엄청 왔다. 바쁘니까 이따 물어봐라"라고 했다.
일대 최저가로 알려진 도봉구의 한 주유소에도 많은 차들이 줄지어 주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주유대 6대로도 모자라 3차선 도로 중 한 차선은 주유를 기다리는 줄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날 유류세 인하 소식을 모르고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도 많았다. SUV를 운전하는 30대 이진욱씨(가명)는 "요즘 기름값이 너무 비싼데 여기는 1600원대라고 떠서 잽싸게 들어왔다"며 "오늘부터 기름값이 떨어진 걸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40대 운전자 박진영씨(가명)는 "기름값 내린 줄 모르고 일터가 근처라서 들렀다"며 "싸졌다고 하는데 체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기름값이 내려갔다는 인증글과 함께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의 주유소별 기름값 정보가 공유됐다. 한때 오피넷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날부터 유류세가 약 6개월간 한시적으로 20% 인하되면서 리터(L)당 1800원대로 치솟은 휘발유 가격은 1600원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오후 4시 기준)은 전날보다 38.41원 떨어진 1771.75원을 기록했다.
기름값은 개별 주유소에서 결정하는 구조여서 유류세 인하분이 모든 주유소에 바로 적용되진 않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유류세 인하에 곧바로 동참하는 곳은 전국 765개 정유사 직영주유소와 1233개 알뜰주유소로 전해졌다.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자영 주유소까지 합하면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오늘부터 시행되는 유류세 20% 인하의 효과가 판매단계에서 최대한 즉시 나타나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며 "자영주유소는 석유유통협회, 주유소 협회의 회원사 독려 등을 통해 자발적 가격인하를 지속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나서자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에 차량들이 몰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석유공사가 유류세 인하액이 반영된 저렴한 주유소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국석유공사는 12일 이날부터 행된 유류세 인하 조치에 따라 소비자가 즉각 체감할 수 있도록 유류세 인하액이 반영된 저렴한 주유소 정보를 오피넷을 통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오피넷은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서비스다. 전국 약 1만 3000여개 주유소 및 충전소의 실시간 판매가격, 정유사 공급가격, 국내외 유가통계 정보를 인터넷 웹(www.opinet.co.kr)과 모바일 앱으로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내년 4월30일까지 유류세를 20% 인하(부가세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유류세 인하 초기 한시적으로 기존의 최저가 주유소 정보와 함께 유류세 인하 전날(11일) 대비 판매가격을 많이 인하한 주유소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인근 지역의 기름값이 싸거나 많이 내린 주유소를 바로 확인해 유류비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한편 석유공사는 네이버, 카카오 등 민간 기업과 협업을 통해 인터넷 포털, 내비게이션(T-Map, 카카오내비)과 같은 민간 IT 서비스에도 유가 데이터를 개방해 2020년 기준 연간 약 1억 4000만 명의 이용자들이 오피넷 유가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앞으로도 국민에게 유용한 정보 제공을 위해 안정적인 오피넷 운영뿐만 아니라 서비스 개선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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