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이 대표와 비공개회의에서 충돌했던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의원은 직접 사과의 뜻을 전달하려 애썼으나 이 대표를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잘 수습될 것'이라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전망은 빗나갔다. 이대로 이 대표가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면 대선 국면에서 당 대표가 선대위에서 손을 떼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 3일 이른바 '울산 회동'을 통해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당 내분을 가까스로 수습한 지 보름여만에 당이 다시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하자 당 내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면 이것은 선대위 내 (제)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당연직으로 중앙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과 선대위 내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겸임했다.
이 대표는 "(조 단장이 행위를) 바로잡는 적극적인 행위가 없고 오히려 '여유가 없어서' 당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방송 링크를 언론인에게 보냈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확인하는 순간 (사퇴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단장이 어떤 형태로 사과하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며 "저는 (조 단장의 일련의 행위가) 사과나 해명의 대상이 아니라 징계대상이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면 본인 뜻으로 정말 사퇴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면 복귀할 생각인가란 질문에는 "저는 복귀할 생각이 없고, 선대위 구성에 따른 전권은 후보가 책임지는 것이고, 저는 그 안에서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상임선대위 내 계선에 따른 지시를 듣지 않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어떠한 책임 있는 자세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는 이 선대위는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히 하겠다"며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특히 "울산에서의 회동이 누군가에게는 그래도 대의명분을 생각해서 할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겨줬다면 일군의 무리에게는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 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부담을 느껴서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때다 싶어 솟아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핵심관계자'(윤핵관)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가려서 빛을 못 보는 분들이 당내에 많이 있다"고 말했다. 조 단장에게 사퇴를 촉구할 것인가란 질문에는 "미련 없다.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조 단장은 이날 오후 4시 예정된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 기자회견 1시간 전쯤부터 당대표실에서 이 대표를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도 듣지 못했다.
대표실 밖에 있던 취재진으로부터 사퇴 소식을 들은 조 단장은 "나이를 먹으면 지혜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유를 막론하고 제가 정말 송구하게 됐다"라며 "다른 것보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 정말 송구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조 단장은 "제가 어제 이준석 대표가 이야기한 인터넷 매체 대표, 기자들 면담을 요청해서 각종 회의를 하고 면담까지 하고 오느라고 3시 전에는 (시간이) 안됐다"라며 "3시쯤에 (당대표실에) 왔고 1시간반쯤 기다렸는데 간곡히 뜻을 전했지만 시간이 잘 안 맞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선이라고 하는 건 대선 후보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라며 "어제 그런 부분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잘 못 받아들였다. 그것 역시 제 불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듣는 사람이 받아들일 때 논란이 있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역시 말하는 저로서 잘못한 것"이라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제가 단 한 번도 자리를 요구하거나 욕심낸 적 없다. 그것만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윤 후보와 김 총괄위원장은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예상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단장과 오늘 한 차례 통화했는데 이 대표를 찾아가서 잘 정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잘 (해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제가 볼 때는 경위 여하를 따지지 말고 당 대표가 상임위원장이니까 (조 단장이) 사과를 하는 게 맞다"며 "사람들이나 시스템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우연치 않게 벌어진 일이라서 당사자들끼리 오해를 풀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괄위원장도 "이 대표가 격앙된 반응을 했는데 내가 판단하기로는 조 단장의 발언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며 "어제 발언이 과하고 잘못됐으니 이 대표에게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했으면 좋겠다고 오늘 오전 조 단장에게 부탁했지만, 조 단장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거듭 사퇴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선 "인내심을 갖고 참아줘야 한다"며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본인이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진]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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