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밤 9시냐고, 10시나 11시는 돼야 할 게 아니야. 난 이번에 너무 억울해서 왔어. 왜 백화점이나 교회는 못 막으면서, 왜 식당만 갖고 그러냐고. 200만원도 넘는 기계 들여서 열 체크도 하는데 대체 왜."
22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만난 함모씨(55·남)가 말끝마다 토해내듯 "왜"를 덧붙였다. 3년째 강서구에서 대형 참치전문점을 운영 중이라는 함씨는 이날 자영업자 총궐기에서 마이크를 잡은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 도중 분을 참지 못하고 무대에 뛰어들었다.
함씨는 자신이 지난 9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으로 극단 선택을 한 마포구 자영업자와도 잘 아는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함씨는 "강서에서 장사하기 전 마포에서 2년 장사를 했는데, 그 사장님이 2층 가게 오픈할 때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었다"며 "직원들한테 가족처럼 대하는 특출난 양반이었는데 정말 버티다 버티다 죽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다들 길바닥에 나 앉게 생겼다. 7월부터 9월까지 적자만 1억2000만원인데 손실보상을 80만원 준다고 하더라"라며 "돈 안 받을테니까 풀어달라는 건데, 대체 왜, 왜 식당을 못살게 구는 거냐"고 호소했다.
부산에서 일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심모씨(41·남) 역시 울분을 토했다. 무대 옆에서 '소상공인 재산권 침해 즉각 중단하라'라고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서있던 심씨는 "먹고 살 수가 없어 장사 접고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심씨는 "방역패스가 시작된 이후로 힘들었는데 다시 영업시간 제한까지 더해져 도저히 안되겠더라"라며 "그렇다고 정부가 지원을 해주지도 않아 사실상 우리를 죽게 만들고 있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유흥업소와 주점 등 여러 업소를 운영 중인 30대 남성 박준성씨도 이날 집회에 참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찰과 대치하며 '자영업자를 살려달라'라는 구호를 외친 그는 숨을 헐떡이며 "진짜 이러다간 (힘들어서) 무슨 짓을 할 거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런 어려움에 처한 게 나뿐만이 아니다"라며 "700명 넘는 자영업자들이 같은 상황이라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앞머리와 쓰고 있던 빨간 마스크가 땀으로 젖은 그는 "지금 하루이틀 더 영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이 끝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보상과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 말미에는 강화된 방역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무대 위 자유 발언도 이어졌다. 술집과 클럽을 운영 중인 정진용씨(27·남)는 "정부에게 우리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어젯밤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준비했다"며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흘겨듣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자영업자들이 안전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방역지침을 개선했으면 좋겠다"며 "위중증 환자 위주의 보도가 이뤄져야 하고, 실질적인 손실보상대책을 내놓는 등 현장의 실질적인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준성씨는 무대에서 이어진 자유 발언에서 쉰 목소리로 "매출이 10억 넘는다는 이유로 손실보상과 재난지원금을 못 받았다"며 "정부는 정당한 보상 없이 모든 책임과 의무를 자영업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외쳤다. 이어 박씨는 "저희 총자영업연합이 주장하는 것은 방역지침에 협조한 법인과 개인사업자들에게 매출 구분없이 전액 손실보상해달라는 것"이라며 "언제까지 책임 없는 우리가 보상도 없이 당하고 협조해야만 하느냐"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소상공인 지원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자영업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이 "자영업자 여러분의 찢어지는 가슴을 메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사과하자, 주변 자영업자들은 "알면 잘해라" "말하지 말고 내려와라" 등 거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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