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로 인한 후폭풍에 휩싸인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리더십을 겨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매머드 선대위'라는 우려로 시작해 이 대표의 이탈까지 유사한 상황들이 이어지는 데도 윤 후보가 조직관리 차원에서 메시지가 없는 등 여전히 '정치 신인'으로서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23일 통화에서 "선대위 내부의 갈등 상황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길 게 아니라 윤 후보가 선제적으로 정리하려는 메시지가 필요했다"며 "선대위 업무의 총괄은 김종인 위원장이지만 모든 책임과 결단은 윤 후보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간 윤 후보의 선출 이후 당내 내홍 상황에서 명확한 결단을 내리지 않고 뒷짐만 지다가 갈등이 극에 달해야만 등장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았던 조수진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난 후보 지시만 받는다"며 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에게 사실상 공개 항명한 상황에서 윤 후보는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냐"며 논란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당 안팎에서는 윤 후보의 이같은 '뒷짐' 대응이 이 대표의 선대위 이탈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 대표 이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민주주의'에 빗댄 발언에 불쾌한 심경을 공개적으로 털어놨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 발언에) 굉장히 당황했다. 상황이 제대로 전달됐다면 이게 민주주의 영역에서 평가받을 건 아닐 텐데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10초 정도 고민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말 당무를 거부하고 잠행을 이어갔던 상황에서도 윤 후보는 오히려 "부산에 리프레시하러 간 거 같다"며 이 대표의 행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발언도 당시 갈등을 장기화시킨 한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유독 이 대표와 연관된 충돌 사태에서 윤 후보가 선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에도 윤 후보의 대응은 유사했다.
선대위 내에선 논평이나 측근의 메시지와 별개로 윤 후보의 직접적인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사흘이 지나서야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의 이같은 '뒷짐' 대응은 정치권 안팎에서 '정치인 윤석열'에 기대했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사태' 때 수사 지휘자로서 대응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징계를 두고 힘겨루기를 펼치던 상황에서 이른바 '인파이터'로서 면모를 야권에선 기대했었다.
그러나 경선과 후보 선출 이후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오히려 '아웃복서'에 가까운 대응이 이어지는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야권 한 인사는 "상하관계가 분명한 공무원 사회, 특히 검찰에 26년간 몸담아 왔던 사람으로서 개개인이 캐릭터가 강한 정치권의 내홍, 갈등을 정치적으로 매끄럽게 조율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인사도 "공무원 사회처럼 지휘체계, 서열로 누르기가 쉽지 않고 선거의 최고 책임자로서 메시지로 내홍을 정리하는 데도 부담감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윤 후보의 조직 관리 능력을 꼬집었다.
검찰 시절부터 이어져 온 '형님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선대위 내분 사태의 진원지인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관계자)을 두고 과감한 인사 조치 없이 여전히 일부 소수의 측근 챙기기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긴밀한 상황을 터놓고 논의할 수 있는 핵심 측근들이 대선 후보에게 필요하지만 후보 선출 이후 한 달이 넘게 이들로 인해 논란이 발생한다는 건 후보 본인에 대한 성찰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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