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 브리핑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으로 처음으로 마이크 앞에선 김건희씨가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입장하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검은색 투피스에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고, 검은색 머플러를 한 김씨는 입장문을 들고 단상에 섰다. 열흘 전만 해도 어깨 밑으로 내려왔던 긴 머리를 단발로 정리하고 나온 김씨의 표정과 행동에선 긴장감이 역력했다.
취재진을 천천히 바라본 후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인 김씨는 흰색 마스크를 벗고 단상에 서서 "날도 추운데 이렇게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한 후 마이크를 조정했다.
김씨는 "안녕하세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아내 김건희입니다"라고 잠긴 목소리로 준비된 입장문을 읽었다.
김씨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면서 담담하게 다소 낮은 목소리로 준비된 입장문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시선은 줄곧 낮았고, 손은 입장문을 넘길 때는 제외하고는 차렷 자세를 유지해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천천히 입장문을 읽어내려가던 김씨는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저의 허물이 너무나도 부끄럽다"라고 말하며 울먹였고, 이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드린다"라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씨는 이날 회견에서 '윤석열'을 두 차례, '남편'을 13차례 언급하면서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남편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남편과의 첫 만남, 남편의 평소 언행 등 부부 사생활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등 감성적인 면에 호소하는 데 주력했다.
김씨는 "제가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줄만 알았다"며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녀도 자신감이 넘치고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해 '밥은 먹었냐', '날시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라' 늘 전화를 잊지 않았다"며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이 과정에서 "결혼 이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 지쳐 아이를 잃었다.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라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며 유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약 7분간 1098자 분량의 입장문을 읽은 김씨는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는 말로 발표를 마친 후 마스크를 착용하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발표를 끝낸 복잡한 마음을 보인 듯, 입장문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김씨는 별도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단상에서 내려와 뒤돌아서서 휴지로 눈물을 감춘 후 선대위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당 안팎에선 국민의 감성을 자극한 김씨의 이날 대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어떤 부분에 대한 사과인지 구체성이 떨어진 점은 아쉽다는 시각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본인 입으로 국민에게 사과했으나 디테일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건 향후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 윤석열'과 조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윤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에서 '성장-복지-일자리' 정책공약을 직접 발표하기 전 김씨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약 10분 정도 늦게 브리핑룸에 도착한 윤 후보는 준비한 공약을 읽고 공약과 관련한 질문 4개에 대한 답변을 한 후 단상을 내려왔다.
윤 후보는 "정치 현안과 관련한 질문을 받아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도 "일단 이거(경제 정책 공약) 하세요"라고만 말한 후 브리핑룸을 떠났다.
구체적인 공약에 대해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이 질문을 받았고, 이후 전주혜 선대위 대변인은 김씨의 대국민 사과 발표에 대한 질문에 "제가 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을 파악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했다.
오후 1시30분을 넘기자 선대위 관계자는 브리핑룸 단상 뒤에 '윤석열이 확 바꾸겠습니다'가 적힌 천막을 수거하고 '국민의힘'이라고 적힌 천막을 설치했다.
오후 2시10분, 국민의힘은 출입기자들에게 김씨의 입장문 발표를 공식 공지했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는 오후 2시부터 취재진과 보수 유튜버 수십여 명이 몰려들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튜버들은 김씨가 입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생중계했고, 경찰은 당사 입구를 바리케이드로 막아 출입자를 통제했다.
회견을 마치고 나온 김씨를 향해 취재진이 몰리면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선대위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당사에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문은 김씨가 직접 쓴 후 윤 후보가 검토했다고 한다.
최지현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입장문은) 직접 쓰셨고 후보께 한 번 읽어봐달라고 하신 것 같다"라며 "다른 의견이 있는지, 괜찮은지 읽어봐 주십사 검토해달라고 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