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 학부모 표를 깎아 먹는다는 이유로 눈엣가시로 여겨졌던 '게임'이 대선 후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일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시켰다. 게임업계 화두인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한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9일 첫 번째 게임 관련 공약을 공개했다. 전체 이용가 게임물에서 '본인인증 절차'를 없애고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이 대선에서 이렇게 주목받은 전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산업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이야기. 다만 일각에선 대선 주자들의 '화려한 말 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선 주자, 게임 특보부터 규제 완화까지
대선 후보들의 게임 산업 관심이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일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시켰다. 최근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일명 'P2E게임'(돈 버는 게임)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관련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1일에는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게임업계에 쟁점을 놓고 1시간 가까이 토론했다. 또 이 후보 캠프 측 인사는 지난 7일 국내 게임사 컴투스 본사를 찾아 업계 고충을 들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9일 게임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전체 이용가 게임물을 본인 인증 의무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현행 게임산업법상 사업자가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게임 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이용자 본인 인증을 반드시 하도록 규정돼 있다. 때문에 휴대폰·신용카드 등 본인 인증 수단이 없는 청소년은 게임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윤 후보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게임산업 발전을 촉진시키고 국민들의 편의를 도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청년 표를 잡아라' 대선판에 떠오른 '게임 이슈'
이처럼 대선 후보들이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20·30대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39세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차기 대선 가상 대결 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가 33.4%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각각 19.1%, 18.4%였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조사에선 2030세대에서 윤 후보에게 밀렸지만 한 달 여 만에 큰 격차로 야권 후보들을 따돌렸다.
이 후보가 디시인사이드·보배드림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 직접 글을 남기거나, 윤 후보가 'AI 윤석열'을 활용한 소통에 나서는 것도 요동치는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게임업계 "관심은 긍정적…'말뿐인 잔치' 우려도"
게임업계는 "대선 후보들에게 게임이 큰 관심을 받은 전례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때 '질병'으로 취급받던 게임사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이 게임 관련 공약을 쏟아내는 건 아마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며 "지난해 게임 셧다운제 폐지와, 코로나19로 인한 게임산업 성장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올해 게임업계가 블록체인·NFT 등 신산업 도전에 나서는데, 관련된 규제를 완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게임사의 사업 키워드는 'P2E게임'(돈버는 게임)이다. 다만 P2E 게임은 현재 한국에서 불법으로 규정돼 있어, 모두 글로벌 시장에만 출시할 수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선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대선 후보들이 게임 공약이 '말뿐인 잔치'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윤 후보가 발표한 게임물 본인인증 제외는 다소 뜬금없는 부분이 있다"며 "게임업계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슈였고, 게임에 본인인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에서 블록체인·NFT 게임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한 만큼 게임사들이 국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데 선거가 끝나면 소리 없이 잊힐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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