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호남민심 구애 차원에서 232만통의 정책홍보물을 일괄 발송한 것과 관련해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정책물 발송 행위 자체는 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손편지 양식의 우편물에 유권자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기재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상유출을 우려하는 항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받은 편지를 찢거나 태우는 SNS 캠페인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후보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32만5814부의 손편지 양식의 정책홍보물을 설 연휴 전 호남지역 유권자들에게 발송했다. 일부는 설 연휴 이전에 받았고, 일부는 연휴가 끝난 뒤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정책만을 나열한 홍보물에서 벗어나 윤 후보가 자필로 손편지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상투적인 표현 대신 윤 후보의 진정성과 호남에 대한 고심을 담아냈다는 것이 국민의힘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책홍보물이 유권자들의 사전 동의 없이 발송됐고, 개개인의 신원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일부 지역민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해당 홍보물은 '존경하는 XXX(유권자 이름)님'으로 서두를 시작하는 데다 편지 봉투 앞면에 집 주소와 함께 유권자의 이름이 기재돼 있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북구 일곡동에 거주하는 서모씨(31)는 "나는 국민의힘 당원도 아닌데 대체 우리 집 주소를 어떻게 알고 보냈는지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하지도 않은 후보의 편지가 집으로 도착하면서 새해벽두부터 기분을 버렸다"며 "종이를 낭비해 가며 편지를 보낼 시간에 정책에 대한 준비를 더하라"고 꼬집었다.
서구 치평동 주민 이모씨(28·여)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해서 유세활동을 하는 허경영과 다른 게 무엇이냐"며 "홍보정책물을 받겠다는 동의를 한 적도 없다. 두번 다시 이런 편지를 받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실제로 지역민들의 항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민원전화로 확산하고 있다.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설을 전후로 시와 구 선관위에 윤 후보의 편지 관련 민원이 수일째 제기되고 있다. 하루 평균 10건 이상의 민원이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선관위 관계자는 "통상 유권자의 자택으로 보내지는 예비 후보자 홍보물인데 손편지 양식이라서 시민들의 혼동을 빚었다"며 "불쾌하면 반송함에 넣거나 버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후보의 이번 손편지는 호남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한 선거캠프의 '야심작'으로 꼽혔으나 익숙하지 않고 부담스러운 홍보방식에 민원과 불만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급기야 광주전남 대학생진보연합은 윤 후보의 손편지를 버리는 SNS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대진연은 "시민분들의 분노를 담아 편지를 찢거나 태우는 방식으로 캠페인에 동참해 달라"며 "진정성 없는 정치쇼를 보이는 윤석열의 행보를 규탄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윤 후보의 '호남편지'는 선거법에는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1항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예비후보자의 홍보정책물의 발송 행위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각 시군구에 선거권자의 이름과 주소를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제공 요청을 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지자체장은 지체없이 유권자의 명단을 교부하도록 규정돼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에게 우편물을 받아서 불쾌할 수는 있다"며 "원하지 않는 후보자의 편지가 와서 항의하는 일부 유권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 뉴스1, 독자 제공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