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 사이에서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이 진작에 이뤄졌으면 3년 전 변사로 종결된 가평 계곡 사망사건의 밝혀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최근 인천지검이 이은해와 조현수의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로 밝힌 부분은 검찰 수사력의 일단을 보여준 건 맞다. 그렇다고 경찰 수사력이 영 못믿을 수준인 것은 아니다. 사실 살인 혐의를 밝힌 건 일산경찰서의 성과다. 경찰단계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15일 각 수사당국과 법조인 등에 따르면, 현재 '경찰의 미숙한 수사로 묻힐 뻔했던 가평 계곡 사망사건의 살인 혐의가 밝혀졌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에 출연, 이 사건에 대해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했는데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밝혀 살인죄로 전국에 지명수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의 부당함을 설파했다.
권 원내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경찰만이 3년 전 피해자 A씨(사망 당시 39)의 죽음을 단순 변사로 처리한 것일까.
뉴스1 취재 결과, 2019년 6월30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관할 검찰청인 의정부지검의 지휘를 받아 수사했다.
이후 약 4개월 이상의 수사를 거쳐 의정부지검은 10월19일 이 사건을 변사로 종결했다. 경찰에 따르면 검사로부터 사건 일체를 수사지휘 받았다고 한다.
당시 의정부지검의 수사 지휘 검사는 안미현(43·사법연수원 41기) 검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 검사는 공교롭게도 권 원내대표 관련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등을 폭로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3년 전 변사 사건으로 종결할 때 일일이 검사로부터 수사지휘를 받았다"면서 "세간에 경찰이 무능해서 변사로 종결했다고 하지만, 당시 수사종결권은 검사가 쥐고 있었다"고 밝혔다.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보험사의 부당 행태'라며 자신의 사례를 제보하면서 이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방송 이후 유족의 고발로 일산서부경찰서가 '보험사기'를 중점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이번에는 변사가 아니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살인' 혐의를 최초로 발견한 것도 경찰이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을 거쳐 피의자들의 주거지가 있는 인천지검으로 관할이 이첩됐다.
인천지검은 압수수색 등을 거쳐 A씨 사망사건 전 '양양 복어 독 살인미수', '용인 낚시터 살인미수' 정황을 추가로 밝혀냈다.
결국 이 사건은 경찰과 보험사, 언론, 검찰을 거치면서 상호보완작용해 복잡하고 치밀했던 이은해와 조현수의 보험살인 정황을 밝혀냈다고 봄이 타당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을 최초 단순 변사로 종결한 것에 대해 경찰 탓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 엄연히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으면서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최초 경찰과 검찰이 밝혀내지 못한 부분을 보험금을 못 타 조급했던 이은해가 탐사보도 프로그램 등에 제보하면서 서서히 전모가 드러났고, 이후 경찰과 검찰이 보험금과 A씨 사망의 인과관계를 밝혀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경찰과 검찰, 보험사, 언론이 각자의 위치에서 순기능을 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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