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강용석 딜레마'에 빠졌다.
무소속 강 후보가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의 보수 단일화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강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단일화를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17일 발표된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동아일보 의뢰·14~15일 실시)에 따르면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37.2%,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4.7%를 각각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4p) 내인 2.5%포인트(p)다.
같은 기간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입소스가 KBS·MBC·SBS 방송 3사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는 김동연 37.3%, 김은혜 36.1%를 기록,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5p) 내인 1.2%p의 격차를 보였다.
강 후보는 각각의 여론조사에서 3.9%, 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동연·김은혜 후보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이지만, 김은혜 후보와 보수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여야 간 팽팽한 선거 구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장담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강 후보를 이번 선거의 변수로 꼽고 있다. 보수단일화 또는 중도하차 등 강 후보 행보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 후보는 보수단일화를 제안한 상태다. 김은혜 후보는 강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당원,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여당의 후보다. 개인적으로 유불리를 계산하거나 홀로 결정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은혜 후보 고민의 배경에는 중도층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조사 수치만 놓고 보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보수층 결집에 따른 지지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법 논란을 일으킨 강 후보 행보를 고려할 때 중도층 이탈 가능성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 후보는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도 김동연 후보랑 싸워야지 왜 김은혜를 공격하느냐"는 윤 대통령의 전화가 왔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 언급대로 전화가 온 시점이 5월 첫째 주라면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다.
민주당은 강 후보 인터뷰 공개 후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지역을 돌며 노골적 선거운동을 펼친데 직접 선거에 개입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강용석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고, 국민의힘도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지만, 강 후보 측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실제 통화가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정'을 내세운 상황에서 선거개입 논란은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윤 대통령 대변인 출신으로 윤심(尹心)으로 통하는 김은혜 후보에게는 이번 논란이 단일화를 더욱 고심하게 만드는 요소로 분석된다.
거듭된 논란 속 국민의힘 지도부 사이에서는 온도차도 감지된다. 이준석 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당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과의 단일화는 검토도 할 이유가 없다"며 강 후보를 직격,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강 후보가 우리 당 소속이 아니어서 이렇게 저렇게 말씀드리는 게 조금 결례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번에는 조금 협조해 주시면 좋지 않겠냐는 그런(생각이 있다)"고 강 후보 자진사퇴에 따른 단일화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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