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대 차에서 집으로 배달시켰는데 길이 너무 막혀 음식이 저보다 훨씬 먼저 집에 도착했어요."
"경찰은 교통혼잡이 크게 심각해지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시민이 체감하기엔 다를 순 있지요."
윤석열 대통령의 '출퇴근' 길에 교통혼잡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윤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초구와 집무실이 있는 용산구를 오가는 주변 구간의 교통체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옥'으로도 불린다.
반면 경찰은 "교통혼잡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며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경찰이 평균 주행 속도를 기준으로 분석하는 체증 여부와 시민이 직접 체감하는 체증 사이에 괴리가 심하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출퇴근 시간대 그냥 꽉꽉 막혀"
18일 뉴스1 취재 결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약 300m 떨어진 삼각지 주변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시민들은 "길이 꽉꽉 막힌다"고 혀를 내둘렀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A씨는 "대통령이 온다고 해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교통체증이 심하다"며 "대통령 출퇴근과 집회 시간대에 걸리면 그냥 꽉꽉 막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40대 김모씨는 "주중 평일 차량으로 삼각지역 주변을 통과해 출퇴근한다"며 "예전에도 길이 막혀 (삼각지 통과까지) 30분 이상 소요됐었는데 대통령 출퇴근 후 훨씬 막히게 됐다"고 말했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거주하는 황모씨(35)는 "신호 대기가 평상시보다 5~10분 더 걸린다"며 "일반 시민들에게 출퇴근 5~10분은 매우 크다"고 울상을 지었다.
서초구에 사는 주부들이 모인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도 들끓고 있다.
한 카페 회원은 "오후 6~7시 아이 하원은 무조건 걸어서 해야 한다"며 "막내를 데려오기 위해 차를 타고 학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지옥이었다"고 했다.
이 회원은 "30분간 (도로에) 갇혀 있었는데, 차들이 아예 안 움직여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고도 했다.
다른 회원은 "저녁 준비를 못해 차 안에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배달 음식이 저보다 훨씬 먼저 도착해 있었다"며 "청와대를 왜 들어가시지 않으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 경찰 "정체 비교 대상 애매…필요시 인력 더 투입"
다만 경찰은 시민들과 상반되게 교통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대통령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게자는 이와 관련해 "차량 정체 체감 과정에서 주관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데다 정체 비교 대상까지 애매해 체증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출퇴근 후 차량 정체가 특별하게 심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체증이 심각할 경우 추가 인력을 투입해 해소와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도시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시내 도로 상태는 차량 속도 시속 25㎞ 이상 시 '원활', 15~25㎞ 시 '서행', 15㎞ 미만일시 '지체'로 표시된다.
그러나 숫자(속도)로 나타나는 체증보다 일반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체증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어떤 구간의 평균 통행 속도가 시속 30㎞이라고 해도 40~50㎞로 달리는 차가 있다"며 "평균 속도가 있다고 해도 편차가 큰데, 경찰과 청와대가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그러나 시민 입장에서는 누군가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잠깐 밀린 경우에도 정체가 확 심각해진 것처럼 느껴진다"며 "용산에 교통망을 구축하려는 정책들이 제대로 시행이 안 됐는데 대통령실 이전 계기로 교통망을 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평균의 함정도 존재한다. 교통통제가 막 시작된 시점에 진입한 경우 10분 이상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하지만 이를 하루 평균으로 할 경우 긴 시간이 아니어서 평균 속도에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