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44억원'
올해 초부터 이달까지 드러난 굵직한 횡령사건의 총액이다. 지난 1월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강동구청, 계양전기, 클리오, LG유플러스, 우리은행, 아모레퍼시픽에서 줄줄이 직원들의 횡령사건이 터졌다.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LG유플러스의 횡령액 수십억원까지 더하면 액수는 더 늘어난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같은 횡령 사건의 이면에는 비뚤어진 '한탕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부실한 내부통제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노력해서 벌 수 없는 금액을 한번에 갖고 싶다는 심리가 횡령을 하는 사람의 기본심리"라며 "처음에는 욕심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횡령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허점이 보이면 그런 욕심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떤 일을 행할 때 '처벌'과 '보상' 중 보상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도 횡령 범죄자들의 공통점이다.
곽 교수는 "일반 사람들이 나쁜 짓을 안하는 이유는 처벌을 더 중요시해서인데, 어느 순간 처벌보다 보상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키워 나가게 되면 합리적인 사고가 멈추게 된다"며 "보상만 생각하게 되면서 횡령과 사기 범죄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횡령금액을 코인이나 불법도박 등 위험한 분야에 다시 투자를 하는 것도 한탕주의의 연장선"이라며 "모든 행동들이 처음에는 주저하고 힘들지만 한번 하고 나면 다음 행동은 굉장히 쉬워져 더 과감하고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실한 내부통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횡령을 하는 사람은 먼저 개인적으로는 직업윤리가 약한 낮은 도덕성을 갖고 있을 것이고, 구조적으로는 그런 범죄를 감독통제하는 기능이 약한 환경에 놓인 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내부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조치들이 필요한데, 대기업이나 은행은 외부감사도 받지만 내부 회계 담당자들과의 관계 때문에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며 "회계와 관련해 회사에서 한 사람에게만 과도하게 권한을 주는 방식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본 원인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내부통제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 곽 교수는 "코로나로 사람들의 기분도 다운되고, 아무래도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 보면 일탈의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근본적으로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약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진] 우리은행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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