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베 전 총리는 실패한 것일까.
과거 아베 전 총리가 주도해 시행된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가 사실상 실패했고 일본 통상정책의 흑역사로 남았다는 현지 언론의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의 원인은 간단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일본 기업의 손해는 컸기 때문.
일본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품목 3종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이 품목을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일본은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다고 원인을 밝혔지만 사실 강제 징용 소송에 대응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 수출 규제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국 최대의 수출 품목은 반도체기 때문. 하지만 막상 3년이 지나고보니 아베 전 총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국 반도체의 일본 의존도는 상당히 낮아진 반면 이를 수출하지 못한 일본 기업들의 피해가 더욱 커진 것.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에 꼭 필요한 소재 100개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2019년 30.9%에서 2021년 24.9%로 낮아졌다. 특히 수출 규제 품목 중 핵심 소재라 꼽히는 불화수소 수입액은 2019년 우리나라 돈으로 약 450억 원에서 2021년 약 155억 원으로 무려 66%가 줄어들었다.
오히려 일본의 경우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생산 공장을 짓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일본 반도체 부품 기업들은 선진 기술이 유출될까봐 현지 생산을 꺼려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하자 먹고살기 위해 한국으로 와 생산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을 시작하게 된 것.
일본 언론들은 한국 수출 규제가 '일본 통상정책의 흑역사'라고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시절 정부는 500억 엔 수준의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을 막아 약 150조 원에 달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수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실제로 한국이 받은 타격은 크지 않다는 것.
게다가 일본이 이런 제재를 해 한국에 도의적인 우위성까지 준 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당초 일본에는 경제적 수단으로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한다는 개념이 없었다고. 하지만 아베 전 정권에서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도의적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일본 언론은 한국과 일본 양국은 서로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계속해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수출 규제 당시에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제 3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부품 거래를 했기 때문에 한국을 향한 이런 제재는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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